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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19. 2024

정신분석을 아시나요?

비주류인 이유, 하지만 매력 있는 이유

  정신분석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신분석이란 인간의 행동들이 어떠한 정신적 요소에서 기인하는지 알아가기 위해, 한 사람의 의식부터 무의식까지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바꿔 표현해 보자면 사람의 마음을 깊은 곳까지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정신분석은 자신의 삶을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매력적인 치료방법입니다.


  하지만 막상 정신과 병원을 찾아봐도 정신분석을 받을 만한 곳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심지어는 힘들게 정신분석을 하는 병원에 찾아갔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정신분석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저는 정신분석을 받기 위해 쓰이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방법의 정신분석 치료를 받는다면 주 4~5회, 1회당 45분 정도로 면담을 하게 됩니다. 이것만 들어도 치료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거에요. 접근성이 좋은 약물치료와 비교했을 때, 정신분석 치료가 요구하는 경제적, 시간적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정신분석은 대중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분석 자체는 다른 치료방법들과는 차별화되는 장점이 분명 있기에, 현재까지도 상담치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치료법으로 여겨집니다. 도대체 정신분석은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정신분석의 첫 번째 매력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정신적인 성숙을 돕는다는 점입니다. 정신분석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신경증적인 비극(neurotic misery)을 보통의 불행(common unhappiness)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가 겪느냐에 따라 고통스러워하는 수준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어 마음속의 갈등, 즉 내적 갈등이 큰 사람은 직장에서의 실패가 남들보다 뼈저리게 아프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렇듯 개개인의 취약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비극과 같은 일을 신경증적 비극이라 합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신경증적 비극이 해소되지 못한 내적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평범한 불행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삶에서 의외로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행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신분석은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삶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적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정신분석을 통해 신경증적 비극을 줄이고 행복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내적 갈등으로 복잡한 사람은 평범한 불행도 보통의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경증적 비극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정신분석은 인간이 내적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분석의 두 번째 매력은 우울과 불안에서 빠져나오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각자의 성격이 가진 취약성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약물치료로도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서 약물치료만 하더라도 우울감이나 불안감은 안정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정서적 안정을 찾은 뒤에도 자신의 우울이나 불안이 어떤 성격적 문제에서 왔던 것인지 모른다면, 과거와 비슷한 불행이 다시 한번 반복되었을 때 우울과 불안의 터널에 다시 들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약물치료로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 살피는 것은 약물치료가 아닌 정신분석이 잘 해낼 수 있는 작업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정서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더라도 본인의 성격에 대해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신분석 이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분석이 약물치료보다 반드시 우월한 치료법인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정신분석이 잘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다는 것은 자명 사실입니다.




  이처럼 정신분석은 우리들이 인격적 성숙을 통해 행복을 찾을 있도록 돕고, 약물치료가 도움을 주기 어려운 부분들까지 건강해질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분석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까요? 정신분석가 아놀드 쿠퍼가 제시한 치료효과 모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통찰과 해석에 의해 치료되는 모델입니다. 치료자는 통찰을 통해 내담자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알게 된 내용을 해석해서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알려줍니다. 쉽게 말해 나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정신분석이 주는 치료적 효과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 듯합니다. 정말 이성적으로 이해시키는 것만으로 불편한 감정을 동반하는 내적 갈등이 잘 해소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등장한 두 번째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성장에 의해 치료되는 모델입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이라는 개념을 먼저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전이라 합니다. 전이는 내담자-치료자 간의 현실 관계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감정이지만, 동시에 내담자가 유년기 시절의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은 과거의 중요인물에게 느껴왔던 과거의 감정이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고 반복되는 감정, 즉 핵심 감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과거에 어머니로부터 학대당하면서 사람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치료자에게도 두려운 감정을 느낄 수 있거든요. 정신분석의 치료과정에서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전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은 일생동안 내담자를 괴롭혀왔던 핵심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내담자의 성장을 돕는 것과 같아요. 내담자-치료자의 관계, 즉 치료적 관계뿐만 아니라 진료실 밖의 현실에서도 내담자는 핵심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치료효과 모델에서는 첫 번째 모델에 비해 감정의 역할이 강조돼요.


전이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느끼는 감정이지만, 사실 이 감정은 내담자가 과거의 중요인물에게 느꼈던 핵심감정이 반복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모델이 공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분석이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요. 이성적인 사람도 있고 감정적인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정신분석도 내담자에 발맞추어서 움직이며 최적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부분이 정신분석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론을 제공해서 각자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니까요.




  앞서 설명드린 치료모델들을 이해하셨다면, 정신분석에서 치료자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이해하신 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치료자의 첫 번째 역할은 정신분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내담자에게 통찰과 해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역할은 치료자가 치료적 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내담자의 인간적 성숙을 돕는 것이에요.


  이번 책이 치료자의 첫 번째 역할처럼 여러분께 통찰력(insight)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책이 두 번째 역할까지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분과 저 사이에는 치료적 관계가 없으니 불가능한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통찰력을 얻어 마음을 살펴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삶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이 분명 좀 더 편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나서 아쉬움이나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정신분석 전문가를 찾아가보셔도 좋을거에요. 그리되면 치료자의 두 번째 역할까지도 정신분석 전문가 선생님들께서 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저는 정신분석 전문가는 아니고 이전부터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아 공부해 왔던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책에 있는 내용들이 학문적 깊이가 다소 부족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공부해 온 정신분석 이론만으로도 충분히 저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덜 어렵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최대한 친근하고 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지만, 사람의 마음이 참 어려워서 결국에는 정리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 '덜 어렵게'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해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께서 행복으로 나아갈 때 방해될 수 있는 마음속의 문턱들을, 제 책이 조금이나마 낮춰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정신분석은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아이를 찾아, 함께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출처 : Pixabay)




정신분석이론과 함께,
행복으로 가는 마음산책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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