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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Jan 10. 2022

운동광 철민씨의 하루

운동광 모태솔로 이야기


  "하나, 둘, 셋, 넷..."


  오늘도 철민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팔 굽혀 펴기.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그는 100개를 너끈히 해냅니다. 그는 이어서 부위별로 운동을 하기 위해 플랭크, 윗몸일으키기, 스쿼트를 합니다. 플랭크 20분, 윗몸일으키기 100개, 스쿼트 100회. 그렇게 한 번 운동을 하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걸로도 모자라 철민 씨는 운동기구들을 이용해 1시간 반을 더 운동하고 나서야 헬스장 샤워실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습니다.

 

  "아, 개운하다!"


  샤워실에서 나와 철민 씨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탈의실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 보는 일입니다.


  '그놈 참 실하네.'


  철민 씨는 거울을 보며 근육에 힘을 주며 자세를 취해 봅니다. 이두박근에 힘을 주기도 하고, 허벅지에 힘을 주기도 하며 이런저런 자세를 취합니다. 이윽고 철민 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철민 씨는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바디로션을 몸에 바릅니다. 자신의 캐비닛을 열어 하얀 액체가 든 플라스틱 병을 꺼내 마십니다. 아마도 철민 씨가 마시는 프로틴인가 봅니다.


  "오늘도 득근 제대로 하셨네요. 가슴 펌핑이 제대로 됐네."


  트레이너가 탈의실에 들어와 철민 씨의 가슴 근육을 만지며 말합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죠, 뭐."

  "철민 씨, 나보다 더 몸이 좋은데 뭘.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면서요?"

  "예, 준비하려면 더 열심히 운동해야죠."


  철민 씨는 트레이너가 탈의실을 나간 뒤에 다시 한번 거울을 향해 포즈를 취해 봅니다.


  "아직 멀었어. 좀 더 운동해야 돼."


  철민 씨는 캐비닛에 걸린 트레이닝 복을 꺼내 입고 헬스장 출구를 나섭니다.


  밖은 매우 추운 한겨울입니다. 철민 씨는 걸어서 15분 거리 되는 집까지 조깅으로 뛰어갑니다. 숨이 차오르는 것을 즐기며 한겨울에도 땀을 또 쭉 빼고 있습니다. 그는 집에 도착해 땀이 난 몸을 씻기 위해 다시 샤워를 합니다. 샤워를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블랙핑크 지수의 "Solo"를 듣습니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빛이 나는 솔로~"


  샤워를 끝마치고 아침 9시쯤 되자, 철민 씨가 아침식사를 차립니다. 아침식사는 단백질이 풍부한 익힌 닭가슴살과 바나나 반 쪽, 방울토마토 2개, 샐러드입니다. 시장했던 듯 철민 씨가 우적우적 야채를 씹습니다.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한 포크에 집어 입에 넣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철민 씨는 방문에 걸려 있는 조립식 철봉에 다가갑니다. 철민 씨는 힘을 주며 하나둘 숫자를 세며 철봉 운동을 시작합니다. 50회 운동을 하고 나서야 철민 씨는 철봉에서 내려옵니다. 다시 철민 씨의 몸에 땀이 배었습니다. 철민 씨는 다시 샤워를 하러 갑니다.


  10분 정도 샤워를 하고 나와 이제는 TV를 시청하기 위해 거실로 향합니다. 거실 TV를 틀자, 연예인 K가 나와 운동하는 영상이 나옵니다. 철민 씨는 K의 근육에 자극을 받았는지 덤벨 2개를 가져와 들고 스쿼트를 시작합니다. 한동안 영상을 보면서 스쿼트를 합니다. 스쿼트를 하고 나서 땀이 난 철민 씨는 다시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갑니다. 10분 후 욕실에서 나온 철민 씨는 이제 일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철민 씨의 직업은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그는 보통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는데, 오늘은 잡지사에 보낼 원고를 수정해야 합니다. 철민 씨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원고를 작업하는 중에도 다리에 힘을 주면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철민 씨는 도무지 지칠 줄 모르고 운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두어 시간 뒤 원고 작업이 끝나고 잡지사 메일로 원고를 전송한 철민 씨는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점심식사는 역시 익힌 닭가슴살과 바나나 반 쪽, 방울토마토 2개, 샐러드입니다. 추가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우유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10분에서 15분 정도 식사를 한 철민 씨는 자신의 운동 방으로 들어가 벤치 프레스를 합니다. 바에 중량 100kg를 넣고 자리에 누워 바를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30회를 들고 일어납니다. 이번에도 땀이 났기 때문에 그는 바로 욕실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그때,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네, 엄마."

  "요즘 매일같이 운동해? 운동 좀 그만하고 여자 만나라. 네가 여자 만나는 게 엄마 소원이다."

  "에이, 됐어요. 여자보다는 운동이 더 좋아요."

  "언제까지 운동만 할 거야. 대회도 나간다면서? 네 근육 볼 때마다 징그럽더라."

  "언제는 너무 가냘파서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다더니, 인제 와서 왜 그러세요?"

  "에이, 모르겠다. 네 알아서 해라. 끊는다."


  철민 씨는 어머니와의 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덤벨을 들고 또 스쿼트를 합니다. 이제 보니, 단단히 운동에 빠진 모양입니다. 사실 철민 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50kg밖에 나가지 않는 저체중이었습니다. 거의 뼈밖에 없었고 운동이라고는 들어본 적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철민 씨가 일하던 직장에 좋아하던 여자 S가 있었습니다. 철민 씨와 비슷한 또래였던 S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예쁜 외모를 가진 것에 비해 성격이 좋지 않았습니다. 모태솔로였던 철민 씨는 티 없이 순수한 청년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S를 향한 마음을 몇 년 동안 품고 있다가 어느 날 회식이 끝나고 둘이 남은 자리에서 덜컥 고백을 하고 말았습니다. S는 철민 씨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비쩍 말라가지고... 별 볼 것도 없는 그쪽을 내가 왜 좋아해요?"라며 철민 씨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 뒤로 철민 씨는 S에 대한 마음뿐만 아니라, 여자들에 대한 호감을 거두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철민 씨는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몸에 맞지 않는 힘겨운 운동을 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철민 씨는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며 버텼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그의 몸에 살과 근육이 붙기 시작했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렇게 남들이 말하는 소위 몸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남 부러울 것 없는 철민 씨는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전히 여자가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5년 전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무시할 수가 없는 큰 상처였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좋다고 남들에게 떠들고 다니고는 있습니다만, 철민 씨 마음 한편에는 채우지 못할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튼튼한 몸을 가졌음에도 옆구리가 시린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녁 즈음, 친구 녀석이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며 잠깐 동네 카페로 나와 보라고 했습니다. 철민 씨는 됐다고, 안 만난다고 했지만, 친구가 다짜고짜 일단 나와 보라고 하는 통에 무신경하게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카페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예쁜 꽃 하나가, 아니 예쁜 여자가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의 옆에 앉아 있던 그 여자는 긴 생머리에 연예인 J를 닮은 외모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철민 씨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야, 뭐해? 이리 와서 앉아."

  "어? 어."


  친구 녀석은 그녀를 오하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눈웃음을 치면서 자기를 소개했는데, 그는 그녀의 말보다는 그녀의 외모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예쁘다......


  "야? 얘기 듣고 있는 거야? 이 새끼 완전히 빠졌네."

  "응?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이상형이 어떤지 묻잖아."

  "아, 이상형이요? 그런 거 없는데요. 그쪽은요?"

  "오빠 같은 분이요. 저보다 4살 위시니까 오빠 맞죠?"


  그녀가 다시 웃었습니다. 철민 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운동 좋아하세요?"


  철민 씨는 이참에 그녀도 운동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 운동 좋아해요. 요가랑 필라테스 하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철민 씨의 눈이 그녀의 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매가 잘 빠졌구나. 그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철민 씨 안의 야수가 으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괜찮으시면 식사하시겠어요? 제가 사겠습니다."

  "좋아요, 오빠."


  오빠라는 말에 철민 씨의 입은 다시 미소로 가득했습니다.


  "그럼 가시죠."


  철민 씨는 손을 흔드는 친구를 향해 "다음에 한 턱 쏠게." 하고는 오하늘 양을 에스코트하며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운동만 하던 철민 씨의 연애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오늘 철민 씨의 하루는 운동으로 가득한 무미건조한 하루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과연 철민 씨의 내일 하루는 어떻게 될까요? 오하늘 양과의 연애가 시작될까요? 아니면 다시 운동광인 철민 씨로 돌아갈까요? 그도 아니면 오하늘 양과 함께 운동을 하게 될까요? 철민 씨의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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