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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Mar 15. 2023

피루스의 승리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따뜻한 편지 2335호>를 읽고

BC 3세기, 그리스 북부에 피루스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 전문가로 주변에 많은 나라를 정복한 풍부한 경험과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 로마에도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피루스의 신하인 키네아스는 로마와의 전쟁이 국력을 크게 소모할 것으로 생각해 왕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폐하, 로마와 전쟁을 해서 이긴 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것입니까?"


"우리가 로마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왕은 시칠리아, 아프리카 북부 카르타고에 이어 마케도니아 전역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며 흥분하며 말했습니다. 대답을 들은 뒤 키네아스는 '그다음에는?'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왕은 말했습니다.


"키네아스, 주변의 나라들을 모두 정복하면 우린 정말로 편히 앉아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거라네."


모든 정복에 성공한 뒤에야 편히 쉬겠다는 왕의 대답에 키네아스는 답했습니다.


"폐하,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전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린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루스 왕은 키네아스의 말을 듣지 않고 2만 5,000명의 군인과 20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로마를 침공했습니다.


격렬한 전쟁이 끝난 후, 피루스 왕은 승리를 얻었지만, 코끼리는 다 죽고 군인들도 4분의 3이나 죽어 남은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패배나 진배없는 승리를 표현할 때 '피루스의 승리'라고 합니다.


따뜻한 편지 2335호

무모하게 계속되는 전쟁은 아무리 노력하고 수고해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패배뿐입니다.


매우 소중한 것으로 생각했던 승리의 전유물이 사실은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판명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이 헛되고 참된 것인지 깨닫고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오늘의 명언

물을 빤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스스로 헛된 바람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 존 포웰 -


*출처 : 따뜻한 편지 2335호


따뜻한 편지 2335호 <피루스의 승리> 편 잘 읽었습니다. 헛된 바람에 빠진 피루스 왕은 로마와의 무모한 전쟁으로 병력이 거의 소진되어 패배나 진배없는 승리를 얻고야 말았군요. 우리는 이처럼 무모하고 쓸모없는 것에 욕심을 부려 매달릴 때가 많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 https://pixabay.com

피루스 왕처럼 무모한 전쟁으로 나라를 존폐의 위기에 몰아넣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입니다. 푸틴은 2021년 10월부터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중시키면서 위기를 고조시켰고, 결국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전쟁의 원인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로, 군사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를 들고 있는데요. 주로, 나토(NATO)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위기감과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요성, 동슬라브족이라는 민족적 동질성 등 때문이라고 합니다.



1. 나토(NATO)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위기감

우선,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 등 동유럽 공산주의 진영과 군사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 캐나다와 유럽 10개 국 등 12개국이 참여해 발족시킨 집단방위기구(2022년 30개 회원국 가입)입니다. 1990년대 구소련의 붕괴 이후, 나토와 러시아는 동유럽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했지만,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 2008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추진'을 명기한 나토 정상선언문이 채택되면서 러시아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나토의 동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라인, 즉 한계선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동쪽이 러시아 서부와 2000km에 가까운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이뤄질 경우, 러시아와 곧바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의 동진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습니다.


출처 : http://m.worldvision.or.kr/story/ukraine-emergency/


2.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요성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동과 서(러시아와 유럽), 남과 북(발트해와 흑해)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있어 석유, 가스의 대유럽 수출 경유국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이뤄질 경우, 유럽 에너지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까지 이뤄지면 우크라이나를 옛 소련권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가입시키려는 러시아 측의 구상도 실패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남쪽은 흑해를 접하고 있는데, 이곳은 겨울이면 대부분 항구가 얼어버려 부동항(不凍港)의 확보가 절실한 러시아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양측 주도권 싸움의 무대가 되었고, 정권도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가 번갈아 잡는 상황이 이어져 왔습니다.



3. 동슬라브족이라는 민족적 동질성

이 밖에도 키예프공국을 뿌리로 하는 같은 동슬라브족이라는 민족적 동질성을 들 수가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의 원조인 키예프공국은 882년 동슬라브족이 세운 첫 나라로, 1240년 몽고족의 침략으로 멸망했습니다. 이후, 18세기 제정 러시아의 영토로 편입된 우크라이나는 1922년 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 일원이 됐으나, 1991년 옛 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독립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크라이나를 서방과의 안보 완충지대로 남기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654


전쟁의 양상

그렇게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간의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 첫날인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와 북부, 남부 등에서 동시다발 공격을 펼치며 우크라이나 내 다수의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진군하고, 수도 키이우 인근 비행장 등 군사시설이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파괴되면서 개전 9시간 만에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이에 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시 키이우와 주요 도시에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해 러시아군에 대항했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개전 초기에는 군사력이 열세였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반격을 시도했고, 러시아의 보급 문제가 이어지면서 키이우 조기 점령은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북부 전선에서 퇴각한 뒤, 돈바스 지역과 남부의 마리우폴 등 항구도시로 핵심 전장을 옮겼고, 이때부터 전쟁은 키이우 포위전에서 돈바스 공방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서방 세계의 조치

러시아의 침공과 질렌스키의 지원 요청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합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UN은 '러시아 즉각 철군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로 통과시켰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UN인권이사회에서 퇴출시켰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강제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최정예병력 3,000명을 동유럽에 급파하고, EU와 더불어 러시아 경제 제재를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시켰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도로 신중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 온 전범국 독일은 분쟁 지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한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200년 역사의 영세중립국 스위스는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금융 제재, 러시아 항공 영공 통과 차단 조치를 추진했습니다.


또, 군사적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도 오랜 금기를 깨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와 전투식량 등 군사물자를 지원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news.nate.com/view/20220404n18666?isq=10802&mid=n0500



전쟁의 여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부차 학살,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학살 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죄 없는 민간인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4대 곡물수출국인 데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군사충돌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와 러시아, 중국 등 비서방 간의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도 지정학적 갈등을 연쇄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피루스 왕의 패배나 진배없는 승리처럼 러시아의 푸틴은 러시아의 이득에 눈이 멀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만, 좀처럼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인명들이 살상되었고(지금 이 시간에도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국제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이 무모한 전쟁을 끝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하지 말아 주세요.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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