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67-70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글을 쓰는 사람은 '클리셰'라 불리는 보편적인 무언가보다는 자
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글로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글은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매력적인 글에는
내가, 혹은 나의 시선이 충분히 녹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임을 다녀온 아내가 툴툴 거린다.
"어휴 이제 그 친구들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하나 봐, 할 말 못할 말 다해. 아주 민망해서 혼났네. 담에도 그러면 이제 모임 안 갈까 봐"
"그래 그렇게 해 억지로 나갈 필요는 없지"
학교를 다녀온 둘째가 표정이 뾰로통하다.
"오늘 친구랑 싸웠어."
"왜"
"오늘 그 친구가 맘대로 이것저것 만지고, 하지 말리는데도 계속하고, 내가 달라는 건 일부러 다른 친구한테 주고. 암튼 엄청 배신감 들었어"
"그래. 그랬겠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학원을 다녀온 큰 녀석이 표정이 별로다.
"어휴 우린 선생님 별로야"
"왜"
"자꾸 다른 애만 칭찬하고, 질문해도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시고.. 숙제만 많고"
"그래 그랬겠구나 그럼 우리 학원 바꿀까?."
"아냐 그래도 선생님이 수업은 잘 가르치셔 괜찮아"
잠자리에 들기 전 5살 막둥이가 말한다.
"아빠 내일은 하루종일 놀아줘야 해?"
"왜?"
"나는 유치원에서 영어 하는 데 내 힘에 100을 다 쓴단 말이야. 그래서 집에서 또 하는 건 너무 힘들어
그래서 내일은 놀고 싶어"
"그렇구나. 내일은 주말이니까 하루종일 놀자"
남편도 아까 먹은 점심이 얹혔는지 소화가 안되고, 아빠도 감기 기운인지 몸도 으슬으슬하고, 글은 안 써져서 마음도 싱숭생숭 무거운데. 이 말을 누가 들어주려나? 언제부턴가 가족들은 나에게 시시콜콜 미주알고주알 재잘거리곤 하는데 나는 점점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 들어주고 필요한 걸 갖다 주고, 듣고픈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내가 하는 말의 90% 이상 해버리는 것 같다.
하루종일 말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내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하고 싶은 말은 점점 가슴속 깊이 차곡차곡 쌓아두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은 자동으로 술술 나온다. 상대방이 들었으면 하는 말.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거나, 해결 방법이 없거나 한다. 그럼에도 속상함에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은 그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 위로해 달라는 것, 내 편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이것만 잘해도 자상한 남편, 좋은 아빠 정도는 쉽다. 나는 이미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인 것 같은데. 왜 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갈까?
아~ 호르몬 때문인가 보다.
인간이 중년이 되어가며 자신의 성별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든다는데. 그래서 남성은 남성 호르몬이 줄어 여성스러워지고, 여성들은 여성 호르몬이 줄어 남성들처럼 괄괄해진다는데.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금요일 : Daddy At Home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