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의 자랑은 하지 않는다.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를 에세이 쓰기의 규칙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제 곧 캐나다로 떠나는 아이야
나는 너에게 해줄 것이 이런 것밖에 없어 글을 적는다. 네가 떠나는 그 기회는 인생에 흔하지 않은 경험이 되어 줄 소중한 기회란다. 나는 네가 잘 해내리라는 것을 안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아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짧은 인생에서 긴 여운을 남길 그 여행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록은 잘할 필요는 없단다. 한 컷의 사진들, 한 줄의 메모들이 꼬박꼬박 모여 너의 여행을 아로새겨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망각과 왜곡의 함정이 있어 그 당시 너의 기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주지 못한단다. 인간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거나, 자기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정보를 왜곡하기도 한단다. 기록은 당시의 너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란다. 언제 꺼내 보아도 그 당시에 느꼈던 그 감정과, 의지를 불러다 줄 수 있는 장치란다.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오래도록 가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발명품이지.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아닌 필름 카메라로 찍고 인화하고 한 장씩밖에 뽑지 않은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며 기록을 즐겼단다. 지금은 그러기에 너무 큰 수고가 필요하지.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있을까. 그저 핸드폰으로 있다면 디카로 당시의 사진을 한 장. 당시의 기분을 한 문장 그렇게 적어 너의 디지털 세상에 차곡차곡 모아 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기록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제가 아니란다. 기한이 있는 것도, 분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기 쓰듯, 온라인에 일기 쓰듯 너의 일상과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다.
너무 겁먹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아라. 잘하지 못한다, 글을 잘 못 쓴다. 고민할 필요 없단다. 우리는 모두 넘어지며 걸음마를 배웠고, 무엇을 하던 처음부터 잘하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어렵게 배울 뿐이란다. 지금의 실수는 당연하다. 처음부터 잘하는 건 반칙이지.
그렇게 어찌 보면 무작정 기록을 시작하다 보면 돌아오는 그때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얼마나 성장했고, 자랐는지. 잘하지 못할 거라는 일기와 글쓰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기록이 말해줄 것이다. 나는 24년의 새해 다짐을 이 말로 정했다.
不怕慢只怕站 ; 불파만지파참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
기안이 마라톤 할 때 걷더라도 멈추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결승선은 점점 가까워질 거다. 하다가 멈추더라도,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승선은 결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단다.
세상은 젊음에 관대해 조금의 실수는, 약간의 허당기는 충분히 이해하고 안아준단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낯선 곳에서 마음고생, 몸도 고생이 많을 거다. 쉽고 즐겁지만은 않을 여행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생을 두고 꺼내볼 추억이 되리라는 것이다. 좋은 혹은 나쁜 기억이 될지는 오롯이 너에게 달린 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