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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Aug 22. 2024

전경연 출범! 아~ 그 전경연 아니라구요?

아~ 아~ 전경연의 출범을 알립니다. 당신의 주위에 많이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밝히기를 꺼려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굳이 찾으려 하지 마세요. 당신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당신이 겪게 될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만 알고 계셔요. 전경연은 벌써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출범이냐 하실 수 있습니다. 재계 회장님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를 토론하는 그런 자리라 생각하셨나요? 물론 이 이름의 원래 주인이 그들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 모임도 그 중요성은 그에 못지않습니다만, 조금은 결이 다른 모임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경연의 풀네임은 이렇습니다. 


"전국
경력단절인
연합회"
전. 경. 연


모임 주최자의 소개를 하고 싶지만 자제하겠습니다. 실제 이 조직은 비밀 조직과도 같은 성격을 가지기에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음지에서 스멀스멀 활동하고 있는 지하조직과도 같지요. 그래서 모임의 발기자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지고 있으니, 혹여나 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지 마세요. 그저 앞으로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정원, 미국의 CIA, 이스라엘의 모사드처럼 아주 기밀하고, 은밀히 움직입니다. 활동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극히 눈치채기 어렵지요. 


이런 지하조직과도 같은 활동을 양지로 끌어내려하는 것은 이런 삶 역시 누군가가 겪을 수도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그러했지만, 우리들은 아무도 이런 삶을 원하여 살고 있지 않다는 것 때문입니다. 물론 더 우선순위의 삶을 목표했기에 잠시 자발적으로 쉬어가길 바랐지만, 모두 그 순간이 끝이라고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사고와 같은 일들처럼 다가왔습니다. 


뭐. 혹자들은 '본인의 선택 아니냐', '누가 칼 들고 협박했느냐',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인데 그걸 몰랐냐' 라며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네 솔직히 반박불가입니다. 그렇게 원론적으로 이야기해 버리면 성공하지 못한 내 인생은 전부 나의 노력 부족일 뿐이죠. 다른 어떤 것도 변명이 되어버리니까요. 뭐 이런 것들이 우리 조직원들이 지하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이유 들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아픈 법이니까. 


"단절" 이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관계나 흐름이 끊어짐'입니다. 말 그대로 경력이 자연스레 이어짐 없이 중간에 딱 끊어져버린 상태를 말하지요. 경력이라는 말 안에는 '개인의 전문성, 경험, 그리고 동시에 일의 연속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쉼 없이 한 길을 달려왔느냐를 바로 경력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력은 참 대단한 능력입니다. 어떠한 분야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그 일을 수행해 왔는가를 밝혀줄 지표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력 20년의 자동차 장인, 경력 25년의 함흥냉면 전문가, 경력 15년의 에어컨 수리기사 등등의 표현은 그가 얼마나 그 일에 대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방증해 주는 단어가 되곤 합니다. 그에 따라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함에 동의하게 되곤 합니다. 


'경력이 20년이라는데~'


그런 와중에 경력이 끊어져 버린 우리 조직원들은 말 수가 줄어듭니다. 경력단절인 이란, 말 그대로 경력이 끊어진 사람들입니다. 아예 경력이 없던 사람들이 아니지요. 전경연의 조직원들은 모두 직업이, 경력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조직 가입의 최우선 조건이기도 합니다. 소위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회인의 생리를 알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인이 아닌 사람들의 생리도 알고 있습니다. 두 영역 모두 경험한 어찌 보면 더 넓은 사회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허나 그 이력은 보통 드러내기를 주저하더군요. 아무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직업에 대한 선입관이 확고한 편이니까요. 우리는 보통 여러 방면의 짧은 경력보다, 한 우물의 깊은 경력을 더 인정하지요. 그 편이 사회적으로 더 희소성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시간의 깊이가 더해져야만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다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생리를 가진 이들이 왜 함께 행동을 할까요? 


간단합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이지요. 인간이란 이기적 이게도, 혼자 잘 살고 싶으면서 혼자서 잘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스스로가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일을 다 할 줄 안다고 해도, 혼자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연인이란 사람들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이유도, 그런 삶이 현실에서는 쉽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력 단절인들의 세상은 사회인이던 시기보다 좀 작아집니다. 첫 번째로 고정적으로 움직여야 할 생활 반경이 작아지다 보면, 그만큼 세상이 작아집니다. 그 반경을 넘어서는 것조차 하나의 모험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점점 작아지고, 작아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쉽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다양한 취미로 마음껏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데 대부분, 삶의 고민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생산적이지 않고, 소비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피어오르기도 한답니다. 이것이 참 묘한 경계이긴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삶. 이 이야기는 좀 더 깊게, 차후에 이야기 나눠 보지요. 


이렇게 작아지고 작아지는 삶을 조금이라도 넓어 보고자 하는 시도랍니다. 심해로 가라앉는 고무풍선은 수압에 한없이 작게 작게 찌푸려지는데, 그런 내 삶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심해 속에서도 좀 더 쾌적한 삶을 살아가보자 하는 이유에서 랍니다.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테니까. 


전국 경력 단절인 연합회가 발족된다 하여도, 당장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은 거의 없지요. 우리 행동의 특징은 있어도 좋은 줄 모르는데, 없으면 매우 아쉽다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뭐 이를 테면 주부의 역할 같은? 주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매우 큰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 주부의 역할이 존재할 때는 그 소중함과 중요함을 잘 몰라요. 없어봐야 불편함을 알지요. 우리의 역할이 이런 느낌이에요. 그 존재에 대해 존경함을 표현하기엔 낯간지럽고, 그렇게도 배제해 버리면 너무나 아쉬운 딱 이 영역이 우리 단절인들의 주된 활동장소이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경력 단절인들 대부분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아요. 자신의 지금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많은 고민들도 합니다. 뭐 한번 밟 담근 곳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기에, 스스로들 고민이 많으면서도 현실을 쉽게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반복되면,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기도 하지요. 


그래도 다 잘 될 거예요. 일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가 여기에 있으니까요. 혼자만의 세상의 무서운 점은 기쁨도 슬픔도 너무 뾰족하다는 거예요. 아픔도 더 아프게 느껴지죠. 그런데 옆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면, 내 상처도 조금 더 아파요. 혼자 걷는 42.195Km는 한없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여럿이 함께 그 길을 간다면, 혼자 보다 덜 지쳐요. 군인들이 줄지어 행군하는 것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덜 힘들게 느껴지는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들. 우리 조직의 이야기와 비슷할지 한 번 들어보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함께 그 길을 떠나 봅시다. 함께 읽고, 쓰고, 떠들다 보면 그래도 혼자 보다는 더 멀리 가지 않겠어요? 걱정이요? 상상력도 좋지만, 닥쳤을 때 해결하면 돼요. 다 잘 될 거예요. 


자! 이제 우리의 그 길 한 번 떠나 봅시다. 여기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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