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나를 호되게 꾸짖어야 했다. 젊은 날의 나를 그냥 두면 안되었다.
젊은 날처럼 살기에는 인생은 짧기만 하고, 디뎌야 할 땅은 좁았다.
몇 번이나 새롭게 다잡는 마음도, 어느새 녹이 슬어 예전 같지 않다. 희망을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빠진다.
잘 가꾸어진 나의 것이 언제 사라질 지 몰라 눈을 떼지 못한다.
지금 지탱하고 있는 이 누각이 어느 귀퉁이부터 모래가 세어 나갈지 항시 바닥을 쿵쾅 거린다.
한 발, 또 한 발.
내딛어 보면 어제와 다름 없이 잘 버텨주고 있는 이곳이 대견하다.
아직은 버틸만 하다. 어느 하나라도 버텨 준다면 그것을 지지대 삼아 나를 붙잡을 수 있으려나.
아이는 부모를 먹고 자란다.
부모는 제 살을 떼어내어 아이를 키운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나의 것이 점차 사라져도, 점점 제 모습을 갖춰가는 아이들을 보면
사라질 내가 기특하기만 하다.
무언가 남겼구나.
어느 하나 자랑할 것 없는 내가
너를 보며 내것이라 당당히 자랑한단다.
내게 부끄럽지 않은 단 하나가 너희들이다.
젊은 날의 나는 이렇게 살아서는 아니되었다. 호기 있게 세상과 맞서야 했다.
부끄럽게 돌아가고, 편하게 기다리면 안되었다.
세월이란 공평해서 내가 비웃던 그 누군가 이제 나를 조소할지 모르겠다.
내가 그리 살았던 젊은 날 덕에 나는 이렇게 산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젊은 날의 그림자는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도 사라질 지 모른다.
깊은 밤에 달 그림자로 나를 따라오려나
나는 너를 잡고 넋두리 한다.
젊은 날의 나는 그저 웃을 뿐.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늙은 날의 나 덕분에 즐거웠노라고.
늙은 나도 기지는 싫다. 아직까지 젋은 날 너의 힘을 빌어
두고봐라 악다문다.
두고봐라.
두고 두고 지켜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