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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습관 - 제철음식

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

시장에 갔더니 봄을 맞아 푸릇한 채소들이 많이 나왔다. 시금치, 방풍나물도 있고 사위에게도 안 준다는 초벌 부추도 있다. 그중에서 봄동에 눈길이 갔다. 겉절이도 좋고 전으로 구워 먹을 수도 있는 봄동. 이름도 예쁜 봄동이 천 원밖에 하지 않아 기쁜 맘으로 덥석 사 왔다. 


제철을 맞은 봄동은 씻어서 그냥 먹어도 참 달고 맛있다. 된장을 조금 찍어 먹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봄동을 반은 생으로, 반은 겉절이로 먹으면서 제철음식이 주는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살림에 거의 손을 놓은 주부였지만 빼놓지 않는 게 있었으니 바로 매실청 담기이다. 해마다 매실철이 되면 매실청만큼은 손수 담았다. 생협에서 유기농 매실을 주문하고 설탕이 아닌 원당을 사용해 정성껏 매실을 담아두면 한 해가 든든했다. 또 생강철이 되면 햇생강을 사서 꿀에 절여 생강꿀차를 담아둔다. 이렇게 제철을 맞은 식재료로 뭔가를 만들어두면 그 뿌듯함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그때 한참 맛있을 때, 싱싱할 때 먹는 제철음식은 내 몸에도, 마음에도 이롭다. 신선하고 영양분이 많으니 내 몸에 좋은 것은 당연하고 나를 위해 정성껏 식재료를 고르고 내 건강을 생각한 음식을 하면서 나를 생각하고 돌보게 되니 내 마음에도 이로운게 바로 제철음식이다. 


"선생님, 요즘 자꾸 폭식을 해요. 사무실에서 생각 없이 과자를 계속 집어먹고 집에서는 과자봉지를 숨겨놓고 먹어요."

"그래요, 요즘 업무도 많고 스트레스가 많겠어요. 약간의 간식은 먹을 수 있죠. 그런데 어떤 과자를 먹어요?"

"그냥 이것저것... 사무실에 있는 거요."

"혹시 칼로리를 봤어요?"

"아니요"

"그럼 영양성분은요?"

"아니요"

"한번 보세요. 칼로리가 얼마인지, 콜레스테롤과 당류는 얼마인지 그나마 내 몸에 덜 해로운 과자로 골라보세요. 가능하다면 볶은 검정콩이나 견과류 등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게 무관심하다. 자신을 정성껏 돌보고 살펴주지 않는다. 무시하고 소홀히 하고 함부로 대한다. 좋은 음식을 가려먹거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나 스스로를 대접해 주는 것이 자기 돌봄의 기본 중의 하나이다. 내 감정에, 내 몸에 관심도 없고 안 좋은 음식을 마구 위장에 밀어 넣고 함부로 대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성분표를 보기 시작하자. 조금이라도 더 성분이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고 제철음식처럼 내 몸에 이로운 식재료를 사서 섭취를 하는 것이 자기 돌봄의 기본과정이다. 소중한 내 몸에 술이나 담배와 같은 것은 조금 덜 섭취할 수 있다면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몸의 인풋과 아웃풋은 비교적 정직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를 소중히 여겨주기를 바란다. 나를 가장 먼저 아껴주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이다. 나 스스로 나를 학대하지 말기를. 적어도 나에게만은 사랑받는 내가 되기를. 제철음식을 보며 느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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