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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나를 찾아서

<에필로그>나의 미래를 색칠하러 간다

by 결 디자이너


최근,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읽으며 문득 궁금했다.
왜 앨리스는 계속 크기가 변할까?
왜 그녀는 거울을 통과해 다른 세계로 가야만 했을까?

어릴 때는 그저 신기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시덥지 않은 질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삶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나 자신이 흔들리는 순간을 몇 번이나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앨리스의 변화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거울 속의 나를 찾아서

앨리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지만, 때로는 작아지고, 때로는 커지며 끊임없이 변한다.

그 과정에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한다.
우리도 어느 순간 ‘나’를 마주하기 위해 어떤 문을 통과해야 할 때가 있다.

그 문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온다.
퇴사 후 혼자가 되었을 때,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을 때.

우리도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해 ‘어딘가를 통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예상치 못한 선택일 수도 있고, 낯선 환경일 수도 있다.

때로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문을 통과한 후, 세상은 달라지고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관계의 맥락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의 결을 찾아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정말 나다운가?"

그 질문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새롭게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익숙했던 색이 더 이상 나를 닮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색이 마음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색칠해 나간다.


나를 찾아 떠난 여정

나는 퇴사 후 ‘아트앤포레스트’라는 작은 숲을 만들었다.
색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오랜 시간 색과 함께해 왔지만, 여전히 나는 나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색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앞으로 나는 어떤 색을 입고 싶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관계와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어떤 날은 내가 나다운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앨리스가 끝없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도 변화 속에서 자기다움을 찾아간다.
자기다움이란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나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들린다.
비교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길을 잃는다.
그리고 문득 묻는다.

"이게 맞는 걸까?"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나는 정말 나의 결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놓인다.


자기다움, 혼자서는 찾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자기다움은 혼자 깊이 고민한다고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거울을 보지 않고는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기다움도 타인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비춰질 때 더 선명해진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네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야."

자기다움은 오롯이 ‘나만의 것’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세상과 맺는 관계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나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가?

자기다움은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더욱 명확히 인식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나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내 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삶을 색칠하는 법

삶은 마치 빈 캔버스 같다.

우리는 매일의 감정을 색칠하며, 그 안에서 나의 결을 찾아간다.

때로는 강렬한 색이, 때로는 흐릿한 색이 나를 채운다.

그렇게 나의 색이 쌓여가면서, 점점 나다워지는 법을 배워간다.

삶을 색칠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성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파랑새>에서 주인공 치르치르는 행복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머물던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색칠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나는 더 이상 ‘어떤 색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색을 이해하려 한다.
어떤 날은 선명한 색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흐릿한 색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색이든, 그것이 지금의 나를 이야기해주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색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색을 발견하고, 쌓아가며, 다시 덧칠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더 자기다운 색을 찾아가게 된다.

색칠은 순간이지만, 결은 축적된다.

한 번의 색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감정들이 모여 나만의 결을 형성한다.

우리는 매일 색을 채우며, 나의 결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어떤 색이 떠오르는가?
그 색은 당신이 살아오며 쌓아온 색일 수도 있고,
지금 막 스며들기 시작한 새로운 색일 수도 있다.

어떤 색이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색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나는 이 책이 당신에게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잠시 멈춰서서 나를 돌아보고,
지금 내게 필요한 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나의 미래를 색칠하러 간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만의 색을 발견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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