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도 부끄럽지 않은 눈물

- 제롬 컨 작곡의 'Smoke Gets In Your Eyes'

by 밤과 꿈

'Smoke Gets In Your Eyes', 우리에게는 미국의 4인조 흑인 혼성그룹 플래터스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노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플래터스의 노래로 알고 있다. 미국의 팝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미군에 의해서이고, 1960년대에 이르러 미 8군의 쇼 무대와 음악감상실을 통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 노래도 1958년에 녹음된 플래터스의 버전이 최초로 국내에 소개되어 그들의 노래가 오리지널로 인식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노래는 더욱 오래된 노래로 제롬 컨이 작곡해 1935년 영화 '로베르타'의 OST로 사용된 것이 원곡이다. 이후로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고, 기악으로도 많은 연주가 음반으로 남겨졌다. 그리고 1989년에 나온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의 OST로 사용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재즈 가수 코니 보스웰이 1941년에 녹음한 버전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누가 불렀든지 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은 멜로디가 좋은 것은 물론, 그 가사가 남녀 사이의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경험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게 물었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내 사랑이 진실하다는 사실을

나는 말했지, 알 수 없는 내 안의 무언가가

내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그들은 말했지,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 버린다는 것을

네 마음이 불타고 있을 때에는

연기가 눈을 가린다는 걸 알아야 해

나는 그들의 말을 가볍게 흘러들었어

내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하지만 오늘, 내 사랑은 떠나버렸어

친구들의 조롱 속에 눈물을 감출 수 없어

짐짓 웃음을 터뜨리며 혼잣말을 해

아름다운 불꽃이 꺼질 때야말로

연기가 눈을 가린다고, 연기가 눈을 가린다고


사람이 헤어진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그 이별이 사랑하는 남녀의 일이라면 슬프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이별의 후유증이 크고도 깊다. 때로는 사랑했던 감정이 미움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미움이 지나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는 예를 간혹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감정의 가역반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의 마음을 지우지 못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미워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소중했던 사랑의 대상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을까. 미워하는 마음이 사랑을 아는 사람의 본심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인연이 다한 사랑에 대한 연모의 정이 부정적으로 작동한 까닭이라고 믿을밖에.

그래서 남녀 간의 사랑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이 마음을 닫고 결별로 이끄는 것은 당사자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기인한다. 헤어짐의 원인을 각자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끝내 깨닫지 못한다. 그렇게 사랑은 망각의 강을 흘러 잊힌다. 돌이켜 생각할 때 사람의 소중한 인연 하나가 아쉽게 끝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내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첫사랑을 만났었다. 그녀가 결혼을 한 지 오래지 않았을 때. 그녀의 친구가 그날의 신부였기에 피차 조우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터. 그렇다고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나 보란 듯이 지척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녀의 심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떠나간 나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을까. 마치 너 없이도 난 잘 산다라고 말하듯. 사실 내 선택은 그녀를 위한 최선의 길이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로 그만큼 남녀 사이는 자기중심적인 관계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부부가 이혼을 하면 남남이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날의 우연한(?) 만남 이전에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내 본심과는 달리 아무 감정을 담지 않은 모습으로 그녀를 대했다. 왜 그랬을까. 내 첫사랑을, 그리고 이혼한 사이도 그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이기적인 관계가 남녀 사이다.

첫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내 눈가에 조금의 이슬조차 맺힌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든 지금, 지난 시간을 반추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질 때가 있다. 하릴없이 청춘의 시간을 시커멓게 태워 버렸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느껴져서다. 이 또한 부질없는 감정의 소진이다. 차라리 실연의 시간 속에 머물 때 슬픔이나 아픔을 숨기지 말고 눈물을 흘렸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지 않을까. 그때의 하염없는 낙루(落淚)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마음이 아파서 흘리는 눈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https://youtu.be/o55v2EEtLVE?si=tcZ-zAd0nAvp3pk2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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