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시인의 많은 시 중에 '봄 무사'라는 제목의 짧은 시가 있다. 시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시의 제목에서 문득 생각하는 것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정세와 관련하여 우리가 살아갈 2026년의 봄은 과연 무사할까,라는 우려의 마음이 크다.
이에 대하여 걱정이 앞서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고, 또한 이로 인하여 세계 경제가 심하게 출렁인다. 그리고 우리의 살림도 함께 흔들린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기습적인 대 이란 공습과 반격, 특히 석유 유통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천연자원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어 2차 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석유파동의 경험을 가진 우리로서는 전전긍긍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절은 벌써 봄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겨울로 되돌아가서 대책 없이 꽁꽁 얼어붙을지도 모른다.
애당초 명분이 약한 전쟁이었던 데다가 쉽게 상황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미국의 오판까지 겹친 결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이에 가까운 동맹까지 전쟁터로 끌어들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이 모든 상황이 한 지도자의 독선과 이를 따르는, 그리고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 않는 참모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국에 일방적인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로 볼 때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튈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전쟁도 아니다. 석유의 안정적인 수급 이외에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곳에 명분도 없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지역 안보의 취약성 때문에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전적으로 외면할 처지도 못된다. 우리의 곤란이 여기에 있다.
위대했던 미국을 다시 일으킨다는 트럼프의 슬로건은 실패할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초강대국 미국이 황혼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승패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황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몰락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초강대국이라는 면모를 잃을 것이다. 미국의 변덕에 가까운 친구도 거리를 두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전략적으로 미래를 구상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국가경영을 떠나 당장 눈앞에 닥친 우리의 현실이 걱정이다. 세계정세에 따른 경제적 파고가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게 될지가 걱정이다. 과연 우리의 봄이 무사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