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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Mar 31. 2023

1화 슬픈 엄마와 행복한 아이

긍정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건 과거의 나와 작별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과거의 나'란 내 부모의 양육 방식대로 '길러진 나'를 뜻하고요. 불안정 애착과 가스라이팅으로 얼룩진 제 어린 시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매 순간 제 자신을 돌아봐야 했습니다. 슬프고 우울한 아이였던 제가 그저 평범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와 끊임없이 싸워 이겨내고, 삶의 모든 순간 자신을 의심하거나 격려하거나 끌어안아주는 별도의 추가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편치 않은 삶이었던 거죠. 저는 사투 끝에 얻어냈지만, 제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에너지 소모가 없도록 따뜻하고 평범한 삶을 선물해 주고 싶었습니다. 좋은 삶의 태도를 갖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행복은 결국 도달하는 '상태'가 아닌,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부터 오는 것이니까요.


과거의 나와 이별하기 위해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살면서 늘 불안했고 이유를 알지 못해 화가 나 있었고 삶의 통제권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듯한 무력감과 허무함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불안의 실체는 제 부모였고 그것을 인지하고 접근해 보려는 순간 제 부모는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분노와 협박을 저에게 쏟아내며 제가 얼마나 나쁜 딸인지 상기시켜 주고자 애썼습니다. 이미 어떠한 상황에서든 부모에 대한 죄책감을 갖도록 길러진 저에게 가장 큰 고비가 찾아온 것이죠. 계속해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우리한테 이러면 안 되지, 네가 예민해서 이렇게 된 게 우리 잘못이라고?, 너만 없었으면 우린 다 행복할 수 있었어, 그냥 안 보고 살자, 등등. 저는 그저 과거를 한 번 같이 돌아보자고 한 것인데 시작도 해 보기 전에 더 크게 상처 입고 부모로부터 등을 돌려야 했습니다.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그 실체와 마주했습니다.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그 얼음이 깨졌지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30년간 저도 모르게 묵혀왔던 이슈들이, 평생을 함께 할 파트너를 만나고 아이를 키우면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우울감과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전문가와 상담하고, 남편에게 감정이든 사건이든 과거든 솔직하게 털어놓고, 실수를 하면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며 그렇게 8년을 버텼습니다. 어떤 날은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불행하다고 느꼈고, 또 어떤 날은 이만하면 평범하게 사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을 만큼 낙관적이기도 했습니다. 업 앤 다운이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매일 노력했고 그 매일이 쌓여 지금의 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노력은 원래 대단한 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노력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매일 작은 것들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면서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란 생각은 접어두고, 반복해서 연습하고 되뇌다 보면 매일의 노력들이 쌓여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많은 장점과 강점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에 초첨을 맞추어 인생 전 과정에 걸쳐 인간의 성장과 발달, 궁극적으로는 행복과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주된 목표입니다. 부정적인 면들을 먼저 모두 소거해야만 긍정적인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속이 지저분하니 전부 싹 청소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좌절의 가능성 때문에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르겠어요. 실제 가능한지 아닌지도 모르겠고요. 부정적인 생각들은 아직도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과거가 발목을 잡고 상처가 다시 덧나고 확 주저앉아 버리고 싶기도 하고, 계속 그렇습니다. 올라오는 감정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요, 그 감정들이 올라왔을 때, 제가 과거보다는 주체적으로 또 주도적으로 그 정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데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점점 자신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제가 단점이 많긴 하지만 장점 역시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의지가 약하지도 않았어요. 거기에 희망을 가져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우울한데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게 가능할까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저는 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예전보다 많이 즐겁고 더 많이 웃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오늘은 실수했지만, 실수를 통해 배웠기에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 오늘보다 낫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보다 나은 날은 언젠가는 오겠지요. 아이가 매일 세상을 배워 나가듯 저 역시 매 순간 배우고 있습니다. 배우고 노력하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들을 줄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도움을 받고 세상과 사람과 자신을 믿으며 자라난 아이는 삶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 태도야 말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자 행복한 인생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다음 이야기-2화 인간의 강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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