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자율성은, '외부의 구속이나 제약을 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는 성질'을 뜻합니다. 영어로 autonomy라고 하는 이 자율성(자주성)은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자존감'을 기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존감에는 크게 세 가지 축이 있습니다. 자기 안정감, 자기 효능감, 그리고 자기 조절(통제) 감입니다. 자기 안정감은, 앞에서 이야기 한 어린 시절 애착 형성의 과정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고 그렇게 부모로부터 '나는 사랑받고 존중받는 존재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받고 자란 아이는 높은 자기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즉 하나의 단단한 축을 갖고 좋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 두 축이 잘 기능해야 자존감을 획득할 수 있고 그래야 정서적으로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과 자기 통제의 핵심은 자율성입니다. 어린 시절 자율성을 인정받아 물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끊임없이 해보고, 작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많이 해 본 아이들은 자기 효능감이 커집니다. '어려웠지만 결국 난 해냈어', '힘들어도 난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이 자기 효능감의 핵심이니까요. 아이 혼자 해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부모 밑에서 큰 아이들은 이런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이 없으면 불안하고 그래서 혼자 무언가를 시도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나의 불안을 줄이고자 아이의 작은 모험들을 막으면, 막상 아이가 큰 경험을 위해 발을 내디뎌야 할 때 주저앉아 울게 됩니다. 그건 못해내는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동안 시도하게 내버려 두지 않은 어른의 실수라고말할 수 있습니다.
자율성은 자기 통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면, 아들에게 캔디나 초콜릿을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가 엄격하게 아이의 간식을 통제하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면(부모의 통제 밖에서) 아이는 온갖 젤리와 초콜릿 사탕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그 아이의 누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못 먹게 할 게 아니라(설명 없는 외부로부터의 통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이와 누나를 보며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 아이들은 달콤한 캔디가 주는 즉각적 보상에 익숙해져 있었고 지연되지만 큰 보상(튼튼한 이, 보다 건강한 몸)을 위한 훈련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연구 중 하나인 '마시멜로 검사'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네 살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방으로 데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탁자에 놓은 뒤, '원하면 지금 이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잠시 다녀올 때까지 먹지 않는다면 2개를 가질 수 있다'라고 얘기한 후 어른이 자리를 뜹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꽤 긴, 이 15분의 시간을 기다리는 능력에 따라 훗날 아이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입니다. 즉 성인이 된 아이들을 재방문한 추적 검사에서 중요한 차이점이 발견되었는데요, 유혹을 참고 견뎠던 아이들(만족 지연 능력 높음)은 성인이 된 후에 스트레스를 다루는 데 더 능숙하고 자신감이 컸으며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집중력이 더 강하고 목표를 추구하는 데 끈기가 있었고 실제로 비교집단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높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더 유능하며 또한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자율적 선택) 만족을 지연시켜 더 큰 목표나 보상을 위해 인내하는 훈련을 통해 우린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충동을 잘 조절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연습을 통해 통제 경험을 쌓아 나간다면 자존감의 중요한 한 축을 내면에 단단하게 뿌리박을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기 통제감을 획득한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고 사회적으로도 유능함을 발휘하여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에 만족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죠. 장기적 계획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단기적인 실패로부터 회복하는 능력도 큽니다. 즉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목표를 위해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야 말로 내가 갖고 싶었고, 나에게는 비록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길러주고 싶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