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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Apr 18. 2023

3화 인간의 강점-공감

공감이란 단어는 1909년 심리학자 Edward Bradford Titchener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관찰자가 보고 있는 그림들에 자신을 투사하는 경향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공감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공감을 '다른 사람의 느낌과 관점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왜 중요할까요?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할까요?


많은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공감은 친사회적 행위의 중요한 원천입니다.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심리적 기제인 거죠. 공감 능력이 높다는 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능력이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공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비'라는 감정과도 연결됩니다. 고통에 빠진 타인을 보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동기가 촉발되는 것이 자비니 까요. 실제로 많은 실험실 연구들에서 공감과 자비가 이타주의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이타주의야 말로 우리가 노력해서 획득하고 보존해야 할 중요한 인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공감하는 뇌'는 양육 환경에 따라 죽을 때까지 발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낮더라도, 잘 수용되고 공감을 받는 환경에서 자라나면 마치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듯 연습을 통해 공감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불필요한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급한 판단, 사람의 행동을 바뀌지 않는 특성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성, 인간의 보편성보다 차이점이 크다고 생각하는 믿음, 단순하게는 시간의 압박 등이 그것입니다. 공감의 첫 단계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잘 인지하고 내 안에 내재된 잘못된 믿음, 상황적 압박, 선입견 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즉 성급한 판단을 내리려는 우리의 경향성을 극복해야 합니다(Timothy Miller, 1995). 그럼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은 연습을 한 번 해볼까요?



이 연습의 핵심은 처음에 일어나는 자동적인 반응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바로 타인의 입장부터 고려하여 자비로운 결론을 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에, '아니 도대체 아랫집 생각은 전혀 안 하는 사람인가? 어떻게 새벽부터 저리 시끄럽게 청소기를 돌려서 사람을 깨우지?', '나도 그 상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아는 애가 저렇게 내 앞에서 자랑을 늘어놓다니... 정말 배려심이 없다', '무슨 일이 생긴 거면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미리 연락을 해 줘야지, 참 너무하네'와 같은 생각이 먼저 들 것 같아요. 그리고는 큰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다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할 겁니다. '아, 참, 아침 일찍 가게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지... 그럼 집 청소할 시간이 지금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저 친구만큼 노력한 나야말로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열심히 노력해서 받은 상이니 얼마나 기쁘겠어',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거면 지금쯤 얼마나 나에게 미안해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혹시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쩌지?라고요.




저는 자비와 공감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컸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 단 한 번도 수용받은 기억이 없어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차라리 입을 닫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 전, 어릴 때는, 울거나 떼를 쓰면 신체적 감정적 학대가 뒤따랐고, 어린 마음에 결과가 너무 두려워 부정적인 감정들을 꼭꼭 숨겨 두는 능력을 키워야 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제 기분을 에둘러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지만 '아 다르고 어 다름을 금방 눈치채는' 부모의 예민함에 또다시 눈물을 삼키며 부정적인 감정들까지 삼켜야 했습니다. 공감을 못 받고 자랐다는 건, 식량이 조달되는 무인도에서 혼자 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를 이해해 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느낌, 세상과 동떨어져 그들로부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느낌, 그래서 외롭고 슬펐습니다. 앞으로 내가 무인도에서 나가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되고 두려웠습니다. 근원적인 불안과 슬픔의 시작은 그랬습니다. 공감해 주는 남편을 만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토로해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단순한 사실이 주는 어마어마한 감정의 안정과 고요를 경험하며 제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제 부모로부터 배운 공감의 기술은 전혀 없지만, 이제 저는 아이를 대하며 두렵지 않습니다. 파트너에게 많이 공감받는 만큼, 아이를 잘 수용해 주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며, 아이가 보다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이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을 때 심리적, 신체적 웰빙이 증진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Batson, 1991). 실제 심장병 환자들에게 타인을 돕는 행위를 하도록 하고 그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도록 했을 때, 환자들에게 관상동맥 막힘 증상이 감소했습니다. Robert Cialdini(2002)에 따르면 이타주의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이 낮아지고 면역계가 강화된다고 합니다.


공감 능력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안녕을 가져다줄 중요한 열쇠입니다. 일관되게 반응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애정을 담아 대한다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공감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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