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내리사랑, 잘자라 준 아이들에게 감사리사랑, 잘자라 준 아이들에
길고 긴 명절을 보내고 방금 집에 왔다 차 소리에 초코가 낑낑대고 냥냥이 두 마리도 마중을 나온다.
시댁에서 사흘, 친정에서 나흘을 보내고 왔다. 어제 내려 올 생각이었는데 남편이 하루 더 있다 가자고 해서 하루를 더 묵었다. 엄마는 필요한 것 없냐며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남편이 당뇨가 있다니까 드시려고 만들어 놓은 청국장 가루를 가득 주신다. 뽑아놓은 가래떡이며 떡국떡, 씹는 맛이 일품인 무말랭이무침도 두 봉지나 담아 주신다. 엄마는 늘 그러셨다. 우리가 잘 먹는 반찬을 꼭 기억했다가
“이거 김 서방이 잘 먹더라. 챙겨줄 테니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
어느새 나보다는 사위를 더 챙기신다. 나는 저번에 시래기를 가져간다는 걸 깜빡했다. 처마 밑 줄에 걸려있는 시래기를 걷어 챙겨 넣었다.
부모님의 사랑이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엄마는 남편을 보고
하신다. 반대편에 계시던 아버지도 따라서 한 말씀 하신다.
라고 말이다. 지난번에 다녀갈 때는 간다는 소식도 없이 갔다가 왔다. 그날 엄마의 인사는
였는데 오늘도 멋진 인사말을 해주셨다.
내려오는 길에는 여수에 들러 아들과 밥을 먹고 왔다. 휴학하고 여수에서 입시 체육학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오늘도 2시까지 근무를 했다고 한다. 월요일까지만 일을 하고 그만둔단다. 이번 달에 인천으로 올라가 복학 준비한다. 4학년, 3월엔 교생실습도 나간다고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교생실습을 4월 말이나 5월에 왔는데 요즘은 실습을 빨리 나가나 보다.
작년 이맘때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느닷없이 휴학했다. 휴학 후 체육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다시 교직에 대한 마음을 되살렸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할 때 즐거웠단다. 만약에 휴학하지 않았으면 4학년 내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했을 것 같은데 오히려 휴학이 교직에 대한 마음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잘된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아들과 남편과 셋이 오랜만에 양식을 먹었다. 양이 많아서 남은 것은 싸 왔다. 오랜만에 얼굴 보며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니 기분이 좋다. 다를 멀리 살다 보니 자주 보기 쉽지 않다. 아들 둘이 다 여수에 있는데 큰아들 얼굴을 못 보고 와서 아쉽다.
인천에 사는 딸도 얼굴을 못 보고 명절이 지나갔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딸의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나도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일을 내 딸은 척척하고 있다. 톡에 보관된 쿠폰을 보내줬다.
나도 조만간 신청서를 내야겠다. 요즘은 화장을 하니 어차피 타버릴 몸, 나의 죽음이 누군가의 눈이 되고 장기가 되어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헌혈도 종종 했는데 섬에 살다 보니 그것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의 큰 사랑과 잘 커 준 아이들 덕에 뿌듯한 명절이었다. 부모에게는 걱정 끼치지 않는 자식, 자녀들에게는 든든한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