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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손님 되지 맙시다

내가 만난 진상

by 다올

오늘도 여전히 큰 소리로 고객을 불러본다/

"호떡 드세요. 보라호떡!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보라 호떡 드세요."

멀리 바닷가 쪽에 보라색 손수건을 머리에 맨 여자 손님 셋이 돌아본다. 그중 한 사람이

"우리 호떡 먹을까?"

하며 푸드트럭 쪽으로 다가온다. 곧이어 한 발 앞서 가던 다른 사람이 말한다.

"밥 먹을 건데 무슨 호떡, 그냥 가자."

머뭇거리며 뒤따라 가던 첫 번째 사람이 다시 한번 묻는다.

"호떡 안 먹을래?"

이쯤 되면 호떡을 먹자고 처음 말한 사람은 호떡이 진짜 먹고 싶은 거다. 그러나 그냥 가자던 사람의 뒤를 따라가며 아쉬운 듯이 푸드 트럭 쪽으로 두 번 돌아본다.


산통 깬다는 말이 있다. 장사를 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 중에 두 번째 사람의 경우가 산통을 깨는 사람이다.

이상하다. 진짜 이해되지 않는다. 세 명이든 열 명이든 한 사람만 안 먹는다고 하면 호떡이 먹고 싶은 나머지 두 사람, 아홉 사람도 호떡을 사 먹지 못하고 그냥 간다.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속상하다. 손님을 통으로 놓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왜 다수의 사람들은 한 사람의 의견에 지는 것일까? 백번에 한두 번 빼고는 호떡을 먹지 않고 간다.


이런 현상은 나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푸드 트럭 옆으로 농수산물을 파는 분들이 계시는데 첫 번째 사람 같은 경우가 꼭 있다. 이것저것 시식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 이건 괜찮다. 어차피 시식하라고 내놓은 것이니까. 물건마다 가격을 다 물어보고는 어쩐다 저쩐다 하는 사람도 기피하고 싶은 손님이다. 얄미운 손님도 있다. 자기는 사지도 않으면서 물건을 산 일행에게 서비를 주면 왜 자기는 안 주냐며 기어이 서비스를 받아 가는 사람이 있다. 가장 최악은 자신이 사는 것도 아니면서 일행이 산 물건에 흠을 내는 사람이다. 우리 집에 그거 많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줄 것인가? 여기 물건이 비싸다.라고 말하며 봉투에 담은 물건을 내려놓게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안사면 그만이지 산 물건까지 두고 가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손님 얼굴만 봐도 살 사람인지 그냥 물어만 보고 갈 사람인지 안다고 한다.


사람의 입장이란 것이 참 그렇다. 나도 장사를 할 땐 사장이지만 다른 가게에선 손님의 입장이 된다. 장사를 시작하면서 다른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원래도 비싸다. 물건이 좋지 않다는 말을 잘하지 않았지만 더 조심하게 되었다. 본인은 안 사도 좋으니 제발 다른 사람들까지 먹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을 못 사게 훼방 좀 놓지 마십시다. 제발 부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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