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에게 주말이란
일요일
오후 8시 22분
일요일이 끝나가고 있다.
은재는
일주일 중에
오늘,
지금이 가장 괴로웠다.
은재에게 주말이란
종말의 바로 앞이니까.
주중엔 하루를 괴로워하며
은재는 해야 할 일들을 한다.
잘 될 때도 있고,
비교적 쉬워질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고,
그래서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무튼 그런 주중이 지나고
애인은 은재에게 주말을 선물해준다.
은재의 애인은
거의 주말 내내 은재와 함께 해준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보통의 모텔에서 잠을 잔다.
은재는 그런 주말이 좋았다.
은재는 어느 순간부터 집이 불편해졌다.
집에서 부모님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
오로지 기대처럼 들렸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에너지가
은재에겐 더욱이 없었으니까.
집에서의 탈출.
그걸 애인이 아니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은재에겐.
(아직도 의존성을 해결하지 못한 걸까?)
은재가 글을 쓰는 지금은,
애인과의 데이트를 끝내고 낮잠을 잔 뒤다.
낮잠은 종말이 오는 것으로 인해
평화롭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고 주중의 것을 미리 하기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은재는 되도록 애인과
주말의 아주 끝에서 헤어지고 싶지만
이번엔 그건 어려웠다.
은재는 아침에 가까운 점심을 먹고
애인과 헤어졌다.
은재의 탈출은 귀가로 종식된다.
그리고 주중이라는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가슴으로부터 전해지는 압박감과 함께
노을을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노을을 바라볼 때 우리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서서히 붉어지는 하늘을 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일 뿐.
은재는 가슴이 뻐근하다.
뻐근하고 답답하고,
숨이 가슴에 가득 찬 것 같았다.
꼭 공황장애가 올 때의 기분 같아서
은재는 마음이 불안하다.
(공황장애 전조는 환자를 불안하게 한다)
그리고 9시.
은재는 고양이들의 나이트 케어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양이의 나이트 케어를 하면서
은재는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이번 주는
애인과 계획한 여행이 이틀뿐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사흘을 놀아서
하루 치의 약이 없었다.
3년 간 약을 먹으면서 은재는
약을 먹지 못하면 무척이나 불안해했다.
그래도 걱정했던 잠은 잘 잤어.
하지만 오늘은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애인의 옆에서 숙면을 취했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
갑자기 사랑?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은재는 확신했다.
사실 사랑이 있어서 은재의 주중이
종말처럼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신과 있었던 이틀 혹은 사흘은
지나치게 반갑고
지나치게 행복했다.
그렇게 말해도 될까?
아,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 주 주말에 애인과 할 일들이
은재는 기대가 되면서
종말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이 종말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그러다 언젠간 단순히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게 생각하며
은재는 내일 아침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했다.
정 두려우면 애인에게 전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의존성을 고친 게 맞을까?)
이제 9시 56분.
오늘도
노을처럼 종말을 바라본다.
언젠가 이 종말도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