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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Apr 15. 2020

아직도 글을 쓰는 친구들

우리들의 미래는 두 갈래로 갈라지겠지

얼마 전에 알았다. 부산에서 알게 된 지인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등단도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도 있는 친구였다.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30명 남짓인데 친구의 브런치는 구독자가 1600명 정도였다.


부럽지 않았다. 2년 전만 해도 부러웠을 것이다. 그때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 숫자의 크기도 부러웠을 것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도 부러웠을 것이다.


그녀가 최근에 올린 글은 작가가 되고 나서도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글이었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어쨌든 그녀는 작가다.


아래의 글은 그녀의 글이다.  


https://brunch.co.kr/@fantasma/381


서울에서 알게 된, 웹드라마를 집필한 언니도 있다. 그 언니도 작가다. 올해 1월에 16부작을 탈고하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 집필할 거리를 찾던 그녀가, 어제 내가 다니는 회사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혹시 있는지 물었다. 3개월 동안 아무리 관련 분야인 업체 쪽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넣어도, 면접까지 보고 와도 끝내 연락이 오는 곳은 없다고 한다.


작가의 생활이 이렇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당연히 있지만, 작가라는 사실 자체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안 되지만, 작가는 직업이라기보다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아주 일시적인 수입이 있을 때가 있을 뿐, 책을 낸 작가든, 드라마 작가(웹드라마도 엄연히 드라마이다)이든, 작가라는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건 일시적이며 아주 작은 소득과, 작가라는 자부심의 지분이 있을 뿐 밥벌이와 거의 무관해 보일 정도로 수입이 너무 불확실하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아, 글 쓸 때 다른 행위들과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하긴 하다.


어쨌든 글 쓰는 일로 약간의 돈이나마 벌어본 그녀들과 달리 나는 글 쓰면서 행복만 했고, 아주 작은 돈마저도, 아주 일시적으로라도 벌어보지 못했지만 그녀들이 느끼고 놓지 못하는 그 행복을 나도 느껴보긴 했다.


아직은 그녀들과 연결되어 있고, 연락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멀어질 것 같다.


함께 글을 썼던 사람들이지만 나는 요즘 직장인으로서의 고민과 생각만 주로 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글을 쓰는 작가, 즉 집필로 생계를 이어가는 집필 노동자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주로 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고민의 종류가 다른 우리는 연락이 뜸해질 것이다. 기혼인 친구들과 미혼인 친구들이 관심사가 달라져서 서로 자주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가끔 서로의 안부는 묻겠지만, 어느 선 이상은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는 시점도 올 것이다. 그 바닥 상황 뻔히 아는데 요즘 어떠냐 깊게 물어보는 것이 실례가 될까 봐. 아니다. 어쩌면 그녀들은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우 낮은 확률이라 해도 예술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당사자도 이해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갑자기 성공을 하기도 하니까. 그때, 꿈을 포기한 내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질까 봐 연락을 멀리 할지도 모르겠다. 직장인은, 딱히 성공할 일은 없으니까.


어쨌든, 글이 밥벌이고 집필이 삶의 중심부이고 버팀목인 그녀들과 회사의 월급이 삶의 동아줄이고, 가끔 쓰는 글은 삶의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것이 겨우 인 나.


우리의 우정은 언제쯤 약해질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지금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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