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아트한스푼
색의 구성이 참 세련되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색들은 참으로 미묘하여 같은 색이라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색의 채도나 명도에 따라 그 깊이감과 표현력이 달라진다. 그 색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구성할 수 있는 걸까. 첫눈에는 붉은 흙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말 붉은색도 아니고 흙색도 아닌 붉은빛이 나는 흙색. 그런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저 한줄기 노란 선에 집중한다. 노란색은 태양 빛을 닮아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둡지만 묘하게 세련된 화면에서 저 노랗고 하얀 한 줄기가 화면의 색조를 바꿔 버린다.
붉은 땅 위에 막대기 같은 알 수 없는 형태들의 어지러운 다툼들.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시커먼 바다. 회색빛은 차분해지기도 하지만 밝은 느낌은 분명 아니다. 내내 울적하고 불안한 마음에만 자꾸 집중이 되던 참이다. 불안감과 불신, 두려움 경계심들이 자꾸만 발목을 잡아끌어 낙서를 해보기도 했는데,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고 풀리지가 않는다. 해야 할 일들은 자꾸만 미루고 있는 것만 같다. 어서 빨리! 지금 당장! 해야 해! 해야만 해! 이런 이야기들로 나를 계속 재촉하다 보니 엇나가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양육(?)해나가기 위해 주변의 정보들을 나에게도 대입시켜 본다. 가트맨 박사의 양육자 유형은 축소전환형, 억압형, 방관형, 감정코칭형 이렇게 4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축소전환형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불편해하고, 나쁜 감정과 좋은 감정으로 구분해 부정적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빨리 전환시키려고 한다. 이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믿지 못하며 자신이 비정상적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억압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있다고 구분하며 아이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노, 놀람, 슬픔, 두려움 같은 것들은 억제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믿고 빨리 교정하기 위해 강하게 개입한다. 감정이 차단되는 것이 습관이 되기 때문에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진다.
방관형의 경우 아이의 감정은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지만, 감정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을 지도해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까지가 안되는지 바람직한 행동의 한계를 알 수 없게 된다.
감정코칭형의 경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이고 그 감정에 대해 훈계하지 않고 공감해 주지만 행동에 적절한 제한을 두면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이 감정이 잘못된 건 아니구나'하며 자신에 대한 안도감이나 믿음을 갖게 되며 어려운 감정을 느끼게 될 경우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나는 과연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을까. 사실 억압이나 방관형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자책감이 유난히 심한 편인데 그걸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억압하거나 조금 편한 관계에서는 그냥 그대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분출하기만 하거나. 뭐 약간은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아티스트웨이의 모닝페이지나 그림낙서들, 또 글을 통해 분출해 내는 작업을 해보고 있는데, 아직은 적절한 표현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혼란스럽기는 하다.
다시 오늘의 그림으로 돌아가,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하나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내내 감정상태가 불안정하여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그림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뒤적뒤적거리다 보니 바바라 래의 그림이 눈에 잡힌다. 사실 바바라 래의 그림을 좋아해서 큰 에코백도 가지고있는데, 밝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따로 제목을 유심히 보지 않은 채 그냥 나도 모르게 오래 시선이 가는 그림을 선택했다.
바바라 래(Barbara Rae)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추상화가 중 한 명인데, 이 "다운패트릭 스톰"은 2006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Downpatrick은 아일랜드 북동쪽에 있는 북아일랜드의 도시이다. 해당 작품은 비가 오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림으로 파란색과 흰색으로 강조된 것이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나타낸다. 파도는 불안정성과 위협을 나타내고 붉은색은 위험한 상황을 의미한다. 바바라 래의 작품은 대개 선과 색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자연이나 도시의 모습, 기억, 감정등을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폭풍우… 불안정하고 위협적인 느낌, 그로 인해 위험하다고 나는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는 바다라 하늘이 저리도 회색빛이었나 보다. 이렇게 그림과 함께 다독다독. 사회적으로 내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들이라도 예술로 표현하면 예술이 되는 예술이 나는 그래서 참 좋다.
그 어떤 부정이라도 긍정해 낼 수 있는 예술로 삶을 용서하고 삶을 사랑하고 삶 속에서 노는 법을 나는 오늘도 다시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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