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한낮에 볕이 따가워도
외로움이 바람인 양 겨드랑일 파고 들어와
쓸쓸히 매만진다.
서쪽 창의 노을이 안방을 침범하다 실패하고
오늘도 그냥 어둠만 덩그러니 놓고 물러가기 시작한다.
아내는
화가 난 듯 말이 없이
곱지도 늙지도 않은
화장을 애써 했다
지운다.
거울 앞에 두 명의 아내는 나를 쳐다보고
나는 두 명의 아내가 버거워 가만히 서 있다.
한몸에 두 덩이의 머리를 붙이고
무던히도 걸어온 어깨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곧 지나가는 계절 앞에
두 머리인들 반쪽의 머리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곧 닥칠 가을이 우리를 재촉한다.
당신과 나의 길고 지리한 호흡들이
어지러운 변박의 비트들로 방안을 채우고 있다.
이 연주가 끝나는 날 무언가 내어줄 것이 없는
빈방에서 두 명의 아내와 그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각자의 남자를
10월 바람은 저 공원 어디 즘 실려 보낼 것이다.
저 벤치의 낙엽으로 썩었다가
다시 태어나서 또 한 번의 가을을 맞는다면
당신과 나는 외롭고 무심하지 않을 거리만큼 조금만 떨어져 서서 나무가 되자.
가을이 오지 않을 10월과 영원히 오지 않을 10월의 중간 즘
바람을 버티고 두 머리로 같이 기다리는...
가을은 마지막 잔치를 베푸는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