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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Dec 18. 2024

거울 속의 거울

눈을 꼭 감고 섰다

거울 앞에서

나의 얼굴을 상상하며

희끄무레한 어둠을 응시한다.

엉클어진 머리를 빗는다.

셔츠 깃을 잡아당기고

벨트를 풀어 다시 쪼이고

거칠어진 발에 양말을 씌우고

재킷을 거친

한 사람을 나라고

틀림없는 나일 거라고

풋내기 신입생처럼

스스로의 자만에 빠진 밤


헬기소리가 요란한

그 밤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추레하고 늙은 머리칼이 듬성이다 뼈 쳐있었다.

엇갈린 단추와 구멍으로

옷깃이 한쪽으로 허물어져 갔다.

벨트 위로 삐진 살들과

바지를 잡아먹은 양말의 입이 꼭 여물어 있었다.


비로소 나는

제대로 눈을 떴었네

두 개의 거울이 거울을 마주하고

보이지 않았던

나의 진실을

우리의 진실을

끝없이 바라보았네


나는 거울 속의

나의 거울을 보지 못했네

황량하고 숨 막히는

끝없는 공간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네


나는

선하고 아름다우며

악하고 비루하며


당신은

선하고 아름답고

악하고 비루하여


거울 속의

나와 당신이

번갈아 마주 보는 영원한 미로 속을

우리는 그렇게 번갈아 서있네


당신이라는

건너편 거울 속 나를 증오하며


거울 속에서

닮아 가는 우리


그러나

결코 같아질 수 없는

애잔한 밤이

매일 찾아오네



계엄과 탄핵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흐르고 있습니다.

많이 놀라고 힘든 것은 계엄과 탄핵이 아니라 사람들입니다.

한가지의 생각과 사상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대에 같은 하늘아래 땅위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가 다르고 적대하며 증오하는 세상이라는 것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와 다른이들은 먼 지역의 사람들도 아니요 나의 형제이고 친구이며 이웃이었습니다.

중도와 양비론은 지금에 맞지 않는 처신이고 생각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모양 이꼴이 된 것은 너무 서로를 바라보고 속 깊게 스스로를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목적지를 공유하지 않고 달려간게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지적하고 설득하려 하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런한 갈등과 긴장의 구조가 이득이 되는 누군가가 있어 그들이 계속 조장하겠지요.

적어도 죄는 벌로써 선의에 앞서 응분의 댓가가 치루어 져야겠지요 그런 후에라도 우리는 서로가 마주만 보지 않고 같이 서서 거울 밖의 먼 곳을 같이 보고 꿈을 꾸는 세상이 되길 바래봅니다.




https://youtu.be/auD7AlDrHgI?si=9MaTzJ1kn50jQM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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