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ottes Râpées
제주의 당근은 정말 달고 맛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겨울에도 수확되는지라 일 년 내내 신선하고 귀여운 당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재미나게도 시장에 가보면 주스용 당근을 따로 판매하는데 더 작고 옹골찬게 껍질만 벗겨 간식으로 먹기에도 훌륭합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시력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얘네는 지용성비타민이라 기름이랑 같이 섭취해야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볶아먹거나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 더해줍시다! 머스터드에도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니 깨나 좋은 궁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료 (15인분)
당근 600g
소금 8g
레몬쥬스 6g
사과식초 16g
디종머스타드 8g
홀그레인머스타드 50g
올리브오일 10g
설탕 15g
만들기
1. 당근을 채칼이나 칼을 이용해 얇게 채 썰어 줍니다. (라페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채 썰다’라는 뜻이라네요)
2. 계량한 소금을 넣고 약 20분간 절여줍니다.
3. 절여진 당근을 손으로 꾹꾹 짜주며 물기를 빼 꼬독하게 만들어줍니다.
4. 설탕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5. 설탕은 기호에 맞게!
아주 간단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라페가 완성되었습니다. 당근 특유의 흙내가 유제품이나 튀긴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앞으로 이 녀석을 활용한 조합들을 여러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느낀 점
당근의 흙향과 사과의 향이 잘 어울립니다. 설탕을 굳이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하지만 설탕은 모든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약간 넣으면 맛이 풍부해지거든요. 음식에서 맛이 제각기 톡톡 튈 때 설탕을 한 꼬집 넣으면 마법처럼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이런 채소절임류의 음식은 간을 맞출 때마다 혀 끝에 초 집중을 해야 합니다. 마치 운동선수들의 육각형 능력치 그래프처럼 약간 튀는 맛이 느껴지면 바로잡고 또 바로잡으며 딱 적절한 어느 지점을 찾는 겁니다.
당근은 식물의 뿌리답게 단단합니다. 아주 단단하고 둥글둥글해 원하는 모양으로 썰어내는 게 쉽지 않죠. 그럴 때일수록 침착하고 과감하게 단칼에 썰어내야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칼날이 들어갈 때 부들부들 떨리던 손은 안정감을 되찾고 재료를 관통하며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갑니다. 때문에 저는 당근 채 써는 일을 좋아합니다. 약간의 스릴이 느껴지는 작업이라 잘 해냈을 때 그 쾌감이 즐겁거든요. 그런 당근은 소금에 절여지며 흐물흐물해집니다. 그리고 맛있어집니다. 약간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