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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Apr 29. 2024

복수 2






가만히 앉아 있던 철민이가 갑자기 뒤따라나갔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술을 계속 마셨지만 밖에 상황이 궁금했다.


"야 수빈이 형이랑 저 모자 쓴 놈이랑 둘이 싸우는 거 아니냐.?"


"에이 설마 아까 보니까 사감 동생이던데 수빈이 형이랑 사감도 친구잖아."

"아무리 그래도 친한 동생이랑 친구가 싸우는 걸 그냥 보고 있겠어.?"


"궁금해 죽겠네."

"아참 오늘 성민이 송별회 하려고 모였는데, 진짜 무슨 일이냐.?"


"오늘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기겠지." "일단 한잔 더 하자고."



우리는 몇 분 전 상황도 까마득히 잊은 채 술을 마셔대고 있었다. 15분 여가 지났을 때 모자 쓴 남자와 철민이 그리고 수빈이 형이 들어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모자 쓴 남자는 매우 조용해져 있었다. 모자를 썼음에도 상기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철민이는 자신의 본래 자리에 착석했다. 수빈이 형은 의자에 기대어 선채로 우리를 향해서 이야기했다.



"얘들아 모자 쓴 쟤랑 이야기 끝냈고 철민이랑도 인사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앞으로 또 밖에서 싸운다고 연락 오면 혼난다."



수빈이 형은 유유히 맥주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10분 뒤 사감과 모자 쓴 남자는 조용히 맥주집을 빠져나갔다. 사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끝난 상황에 화가 잔뜩 나있었다.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욕설을 해댔다.



"미꾸라지 같은 놈들 오늘 단단히 벼르고 왔는데, 수빈이 저 놈 때문에 다 망쳐버렸잖아."

"철민이 이 개새끼 오늘이 끝이 아니다."

"다음에는 진짜 죽인다. 알겠냐.?"



사감과 모자 쓴 남자가 나간 후 우리는 밖에 있었던 상황을 철민이에게 물어보았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수빈이 형이랑 사감 동생이 맞짱이라도 뜬 거야.?"



철민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야 엄청 웃기더라."

"저 모자 쓴 놈 우리 앞에서는 가오 엄청 잡았잖아."

"근데 수빈이 형이 앞에 불러 세우고 뺨 두대 때리니까 그냥 조용해지던데."


"진짜로.?!"


"웅웅, 수빈이 형 진짜 멋있더라."

"근데 씨발 수빈이 형 엄청 무서웠음."

"아무튼 상황은 이걸로 종료됐으니까 사감이 건드는 일은 없을 거야."



우리는 그동안 사감의 기에 눌려 살아왔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몇 분 전 사건을 기점으로 드디어 사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만 같은 해방감이 몰려왔다. 우리를 짓눌러온 큰 장애물에서 해방된 기쁨과 성민이를 홀가분하게 떠나보내는 기쁨에 술을 입안에 가득히 부어댔다.



한껏 취한 아이들과 나는 맥주집을 나와서 간단하게 술을 먹을 수 있는 주막을 가려했지만 승찬이가 막아섰다.



"야 남자 넷이서 이렇게 재미없게 보낼 거냐.?"

"오늘 성민이 송별회이기도 한데, 내가 좋은 데로 안내할게."

"같이 가자."


"어딘데 그래.?"


"야 인마, 가만히 있어봐 이 형아만 따라오라고."



우리는 승찬이의 말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시내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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