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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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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Jun 10. 2024

위험한 동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밝은 아침이 다가왔다. 창가에 비친 햇살은 나의 얼굴을 내리쬐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로 인해 잠이 깬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입안이 텁텁했다. 더부룩한 속을 풀어 줄 해장이 필요했고 갈증도 났다. 그리고 담배도 피우고 싶어졌다.



어찌 되었건 오늘은 쉬는 날이라 출근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룸메이트 형에게는 아무런 말 없이 외박을 했던 상황이라 문자를 보내야 했다.



"형 어제 미처 연락 못했어요. 출근 잘하셨죠.?"
"저 이따가 오후에 집에 들어가요."

"사내 새끼가 그냥 조용히 들어오면 되지 무슨 문자냐.?"
"알아서 해, 딱 보니까 여자랑 술 마시고 안 들어왔구먼."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왔다. 신발을 신기는 뭐해서 사이즈가 작음에도 그녀가 신고 다니는 슬리퍼를 신었다.



전날 맥주를 샀던 편의점에 들렀다. 멀쩡했던 전날 모습과는 다르게 까치집을 한 머리에 옷차림 또한 행색이 어색하고 민망했다. 어찌 되었건 물 한 병과 담배 한 갑을 사서 나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니 기분이 제법 괜찮아졌다. 하지만 머리는 계속 아팠다.



편의점 옆 가판대에는 지역 신문이 몇 부 놓여 있었다. 1년이 다 되어감에도 여기 지역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신문의 내용들이 궁금해졌다.



"이런 작은 동네에도 지역 신문이 있기는 하구나."



담배를 마저 피운 후 신문을 펼쳐서 내용을 살펴보았다. 여느 지역 신문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내용들 뿐이었다. 그러던 중 신문 한편에 올라온 살인사건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00 아파트 옆 놀이터에서 나체로 발견된 피투성이 20대 여성. 용의자는 전 남자친구 30대 A 씨



모자이크 처리가 됐음에도 사망한 여자의 나체 사진이 그대로 실려있는 신문의 내용이 볼썽사나웠다. 더불어 00 아파트라면 나와 사귀고 있는 그녀의 빌라 바로 옆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신문을 보기 전에는 몰랐었던 이 지역의 어두운 면을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위험한 동네구나. 나와 같이 타지생활 중인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더불어 피해자 여성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건 지역 뉴스이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신문을 볼지 모르는데 사진을 그대로 올리다니. 어떤 뉴스이건 자극적이어야 돈이 되는 세상이니 기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찾아다녔다. 그들에게 양심과 윤리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휴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지만 정말 세상 말세다."



그나저나 이 동네는 정말 위험해 보였다. 며칠 전 같이 일하던 친한 형에게 들었던 공장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

.

.

.


"야 너 그거 아냐.?"


"네.?!" "뭔데요.?"


"여기 우리 공장 주변이 완전히 시골이잖냐.?"

"몇 년 전에 한 커플이 근방에서 술을 먹고 농촌길을 지나다가 큰 변을 당했다는 거 아니냐.?"


"무슨 일인데요.?"


"외국인 노동자 세 놈이 글쎄 남자는 칼로 찔러 죽이고 여자는 강간한 후 목 졸라서 죽였단다."

"아니 아직까지 그 유명한 사건을 모른단 말이야.?" "이거 완전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네."


"아 그래요.?"

"그러면 그 외국인 노동자들은 잡혔데요.?"


"아니 아직도 못 잡았지."


"왜요.?"

"사람이 죽었는데, 못 잡아요.?"


"아니 걔들이 스리랑카 놈들인데, 불법 체류자였단다."

"경찰이 잡을라고 하기 전에 지네 나라로 도망갔나 봐."

"뭐 우리나라 경찰 쪽에서 수사협조도 요청에서 송환계획을 짜려고 했는데, 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이 안됬다나 어쩠다나 그래서 아직도 그놈을 못 잡고 있나 봐... 아무튼 뭐 죽은 한국인들만 불쌍하게 된 거지."


"아 무섭네요."


"이 동네가 참 씨발 잣 같은 동네야."

"중소기업들 말이야. 한국인 인력들 없다고 죄다 외국인 동남아 쪽 얘들 쓰고 있잖아. 외국인 노동자 쓰는 이유가 값싼 인건비란다. 불법체류자에 범죄 이력이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막 쓰잖냐."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쯧, 쯧.."

.

.

.

.

.


그녀의 집에 다시 들어오니 어느새 그녀는 씻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어디 다녀왔어.?"

"옷은 그대로 있는데, 너 없길래.... 어디 갔나 했었어."


"아 잠깐 밖에 좀 나갔다 왔어."

"근데 이 동네 원래 그래.?"

"살인사건 많이 일어나고 좀 무섭고 그러나.?"


나의 말을 듣던 그녀는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냐 라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뭐 환경이 어떻든 개인이 잘 정착해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내 가족 일도 아닌데, 넌 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니.! “

"다 자기 먹고살기도 바쁜 거야. “

"그건 그렇고 우리 점심에 뭐 먹으러 갈 거야.?"

"나 속도 너~~ 무 안 좋고 해장하고 싶어."


"아 그러면 이 근처 식당 한번 봐보자."


"히히 좋아.! 점심에는 해장을 하고 저녁에는 데이트하는 거야.?"


"잉.???"
"나 점심 먹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뭐?!"

"미친 거 아니야.?"

"오늘 쉬는 날인데, 나랑 데이트해야지."
"어디 가려고?!"


"하하...:::: 아 그러면 뭐 같이 있다가 저녁에 데이트하자."


"좋아.!"



나는 그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전날 무리하게 과음을 한 탓인지 멀리까지 가는 것은 서로에게 무리였다.



결국 그녀와 나는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는 근방에 위치한 해장국 집에서 식사를 하였다. 숙취를 해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와 나는 다시 집에 들어와 뜨겁고 격렬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 이야기는 이방인 2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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