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후, 성민이의 죽음과 관련된 산재사고에 대한 민사소송의 첫 공판이 열리게 되었다. 나는 성민이의 어머니와 노동철 변호사와 함께 지방 법원 앞에 서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낯선 긴장감이 법원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언론사들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몇몇 시민단체들은 우리의 싸움을 응원하기 위해 플래카드를 들고 모여 있었다. 그들의 지지에 힘이 되면서도, 나는 이 모든 관심이 마냥 편하지 않았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이 상황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쏠렸고, 이 상황이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나고,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법원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조용히 신께 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더라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이 합당한 것임을 알게 하소서."
부모님의 종교관을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모르게 신을 찾게 되었다.
법정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법정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법원 방청석에는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호기심이 서려 있었지만, 모두가 이 재판에 대해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했다.
반대편에는 회사의 회장과 그가 고용한 로펌의 변호사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회장의 측근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한 무리로 묶여, 차가운 표정으로 재판을 준비하는 듯했다.
재판장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그는 서류를 넘기며 말을 시작했다.
"사건번호 2009 가단 123호 사건, 피고 000 사건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