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7
13_밑바닥에서
아이는 언제나 늘 더 잘해야 했다. 잠도 자지 못할 많은 일이 주어졌지만 늘 더 잘해야 했다.
지하에 살던 사람들은 늘 다른 세상을 꿈꿨다. 저 위에는 태양이 있는 곳에서는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어쩌면 구원이라고 믿었던 남자는 바실리사의 동생을 사랑했다.
바실리사는 더 이상 그의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저 위로 나갈 수 있기를 원했고 동생을 사랑해도 괜찮다 생각했다.
아이는 바실리사를 말해야 할 때 더 잘해야 했기에 더 많이 맞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길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와 아이보다 어린아이가 서로를 해치며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으리란 기약도 없이 아이는 붙잡은 팔을 있는 힘껏 때렸다.
아이보다 어린아이는 더 꽉 잡았지만 아이를 잡을 수 없었다.
여자가 아이의 온몸에 멍을 만들었을 때보다 아이는 아이보다 어린아이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더 견뎌하지 못했다.
14_ 원형테이블
많은 어른들이 있었지만 여자에게 옳지 못함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은 없었다.
아이도 아이보다 어린아이들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여자가 화내지 않게
서로를 숨기며 지냈다. 여자는 밖에서든 안에서든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면
모두를 원형테이블에 앉히고 이야기를 했다.
하루는 아이가 주인공이 되고 하루는 그 옆의 또 다른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었다.
정말 매일매일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사실에 지쳐갔지만 아무도 말을 못 했다.
아마 맞는 게 무섭고 대화의 주인공이 바뀌어 시간을 더 보내는 게 힘들었을 테지.
여자는 파티를 좋아했다. 아이와 아이보다 어린아이들은 함께 파티를 꾸미고 챙기고 차린 후
뒤에서 인사를 하며 안내하고 여자가 웃으며 조금은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 파티를 하는 걸
귀로 들었다. 오히려 그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지 않는 게 다행이라 여겼다.
아이는 이상하지만 그렇게 같이 있어서 좋기도 했다. 한 번씩 정말 다정하게 웃어주는 날도 있었으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