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8
15_새로 산 옷
할머니는 아이와 아이동생을 사랑으로 키우셨다. 아이는 이토록 애틋한 사랑이 있을까 생각했다.
아이에게 가난은 원망스러웠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파트 단지의 헌 옷 수거함에서 가장 깨끗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자식들을 입혔다.
가끔은 함께 뒷산에서 쑥을 캐다가 시장 구석에서 몇 천 원에 팔면 아이와 아이동생은 신이 났다.
할아버지는 무서워 보이셨지만 가끔은 짜장면도 호떡도 손수 만들어주셨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마늘을 까는 법도 밤을 까는 법도 알려주셨다. 바느질하는 법도 뜨개질을 하는 법도 알려주셨다.
매일 울면서 아이와 아이동생을 위해 기도를 하셨다.
아이는 잠결에 듣고 보았지만 너무 어려서 자는 척을 했다.
하루는 아이 손을 잡고 시장으로 가 카라가 예쁜 원피스를 사주셨다.
아이는 진짜 새 옷을 처음 받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할머니는 아이를 입히고 학교에 가지 말고 아빠를 보러 가자 하셨다.
아이는 학교에 빠지고 싶지 않아 했기에 할머니는 새 옷을 입히고 할머니 친구 생일잔치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먹였다.
아이는 평생 단 한순간 돌아가고 싶은 날이 그날이 되리라 알지 못했다.
“애엄마가 애를 보면 마음을 바꿀까 싶었어.”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아주 어린아이는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으리라 느낄 수 있었다.
16_ 알림장 검사
아이는 아이동생과 어린이집에 아주 오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의 손을 양손에 하나씩 잡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아이는 슈퍼에서 껌이 들어있는 장난감이 가지고 싶었다..
”지금은 안돼. 아빠 술 드시고 계시니까 조용히 들어가자. “
아이와 아이동생이 집에 없을 때 아이 엄마는 아이 아빠에게 자주 맞았다.
눈에는 해적처럼 늘 가리고 있었는데 아이는 정말 알지 못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방문을 열고 들어가 지친 아이 엄마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때 잠깐 아이 아빠가 올린 손을 내렸지만
아이를 내쫓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늘 머리를 묶어주셨다.
양갈래로 땋기도 하고 높이 묶어 공주머리도 해주셨다.
“오늘은 학교 다녀오면 아빠한테 알림장 검사받아”
“왜?”
아이는 아무 대답을 듣지 못했고 눈앞에 아이 아빠는 서랍만 뒤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