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5
9_ 무대에서 바라보는 조명
무대 위 조명은 아이에게 가장 따뜻했다. 아이는 많이 혼났지만 무대가 참 좋았다.
아이의 눈은 빛났는데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아이의 눈에 비친 빛이 조명이 아니란 걸 알았다.
아이는 생각했다. 어쩌면 신이 아이를 들어 올려 무대 위를 날아다니도록 움직이는 건 아닐까 이토록 가벼울 수 없다는 기분을 느꼈다.
공연을 앞두고 아이보다 어린아이 한 명이 도망치듯 그만두었다. 아이는 공연을 2주 앞두고 그 배역을 연습해야 했다.
아이는 무대에서 날아다닐 수 있었기에 춤추는 일이 마냥 좋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그런 아이에게 자꾸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너무 무거워서 아이는 날 수가 없었다. 서 있는 일이 무거워져서 아이는 무대에 서있지도 못했다.
“저 못하겠어요. “
아이는 연습실 문을 나와 애써 떨며 서있던 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서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여자는 눈을 뜨라며 아이의 뺨을 때렸다. 한 대를 때리고 두 대를 때리고 아이가 눈을 떠도 계속 때렸다.
아이는 저항하지 않았고 주저앉은 그대로 어느새 말라버린 눈물 그대로 맞았다.
아이는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아서 한참을 맞았고 여자는 아이를 무대에 올렸다.
병원에 갔지만 아이는 거짓말을 했다. 무대가 끝난 뒤 물어보는 모두에 거짓말을 했다.
눈에 핏줄이 터져서 빨간 눈이 되었지만 여자에게 맞았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극을 연기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그렇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10_ 녹음되는 인형
아이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노는 날이 좋았다.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았다.
혼자 있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을 늘려가면 마음도 편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방에서 음악을 들었다.
들리는 단어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음악을 들으면 그 단어들이 또 아이를 위로해 줬다.
아이방에는 녹음이 되는 인형이 있었는데 하루는 친구가 녹음을 하고 갔다.
‘거짓말쟁이’
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물어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뒷자리의 친구와 놀았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려고 작정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모든 게 거짓되다고 느껴졌을 땐 담임선생님에게 물었지만 우시면서 자신이 바라던 선생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며 말하진 않으셨지만
그러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듯했다.
아이는 벗길 수 없는 가면을 발견했을 때 자신이 ‘거짓말쟁이’ 임을 인정했다.
아이조차도 알지 못했을 많은 순간들이 아이를 울지도 웃지도 화내지도 못하게 했음을 아주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