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집 앞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그냥 동네 어디에나 있는 미용실. 디자이너라는 호칭보다 이모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그때 당시 내가 왜 거기 가서 잘랐는지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싸니까.
미용실 이모에게 내 머리를 내어드렸다. 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지작하실 때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 샤워기 오래 맞으면 기분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 머리를 이리저리 넘기시는 이모. 그리고 내 앞머리를 확 까시더니 한 말씀을 하셨다.
“M자 있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이모님의 음성이 또렷이 기억난다.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장의 무게가 점점 크게 느껴졌다. 이제껏 신경 쓰지 않았는데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졌는지 확인해 본다. 모조가 두피에 좋지 않다는 말에 웬만해서는 모자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모발이 가는지라 탈모에 대한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
주변에 탈모에 관한 명의가 있다고 하신다.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육 개월 전부터 예예약을 해야 정도로 바쁘신 분이란다. 나는 그 말에 그분의 유명세보다 탈모인들이 그렇게나 많다고?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재는 게편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예약을 마치고 육 개월의 시한부 인생이 시작됐다. 내가 탈모인지 아닌지는 그때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동안 검은콩을 먹어야 했다. 모발에 좋은 샴푸를 쓰기로 했다. 모자는 금물. 가능하다면 두피에도 선크림을 바르고 싶더라.
시간이 흘렀다. 병원에 갔다. 대기표를 받았다.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일 분, 이 분, 십 분. 진료실을 나오는 환자분들의 표정을 관찰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내가 저 방문을 나온다면 나는 어떤 표정일까.
똑똑.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간다. 희로애락을 결정하시는 분치고는 표정이 꽤나 근엄하다. 뭐랄까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두 번째로 확인한 건 선생님의 머리숱. 그리 풍성하지도 빈약하지도 않은 보통의 사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공간에서 떨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작은 망원경으로 내 두피를 살펴보신다. 선생님의 코 숨결이 내 두피에 닿는다. 순간 미용실에서 내 머리를 만질 때와 비슷한 간지럼을 느낀다. 그 간지러움에 어깨가 잠시 움츠러든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모발이 얇기는 하지만 얇아진 건 아니네요”
“저 탈모인가요”
“음,,,(뒤적뒤적) M자 모양이 있긴 한데”
“선생님, 저 탈모인가요”
“탈모는 아닙니다. 헤어라인이 M자인 것은 다행히 타고난 것 같네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머리가 빠져서 M자가 된 게 아니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모양인 거니까. 앞으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며 진료는 끝이 났다.
집으로 가면서 최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동안 집에서 알게 모르게 고민 많아 보인 나를 걱정하셨기에. 엄마 특유의 컬러링이 끝남과 동시에 엄마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최여사에게 밝은 목소리를 간직한 채 얘기했다.
“최여사 나 다행히도 탈모 아니래. 헤어라인이 M자인 거는 유전인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