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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숲 Dec 03. 2024

2025 신예작가 / 박숲

단편소설 / 날아가거나 머무르거나 3

   3. 날아가거나 머무르거나


 

  예상대로 시몬은 지하철에서 계속 떠들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하철에서 빠져나오자 땀이 식으면서 으스스 떨렸다. 선호는 입양자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입양자는 경고문처럼 답문을 보내왔다. 


  -집중길을 잃고 헤맬 수 있음


  그는 찾아오는 길을 상세히 적어놓았다. 전화 통화는 곤란하다고 했다. 구글맵에 주소를 입력하면 간단할 텐데, 주소 역시 알려주지 않았다. 시몬은 실컷 떠들다 지친 건지 조용했다. 아직은 늦가을이었지만 일교차가 심해 오후인데도 겨울 날씨처럼 추웠다. 선호는 시몬을 이동장에서 꺼내 외투 안에 집어넣었다. 웬일인지 시몬은 고분고분했다. 가끔은 시몬이 새보다 사람 같아 징그러울 때도 있었다.


  지영은 애완동물 중에서도 유난히 새를 좋아했다. 지영과 사는 원룸에선 언제나 새똥 냄새가 진동했고 파우더라는 새 비듬과 털이 부옇게 날아다녔다. 지영은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종부터 대형 종까지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여러 마리 키웠다. 선호는 지영의 체취가 새똥 냄새에 파묻히는 것도 싫었고 지영의 목소리로 새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것도 싫었다. 집주인에게 여러 번 경고를 받았음에도 자꾸 개체수를 늘리는 지영이 선호의 눈엔 편집광처럼 보였다. 지영은 휴일에도 애완조들을 보살피느라 원룸에 처박혀 지낼 때가 많았다. 


  언젠가 선호는 지영의 몸을 애무하다 입에 새털이 들어갔다. 새털을 제거하기 위해 티슈를 뽑으며 말했다.


  - 아씨 다 팔아버리고 제대로 된 놈 하나만 키우자니까! 


  지영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 다 제대로 된 애들이거든, 너보단 나아. 


  지영은 늘 그런 식으로 선호를 무시했다. 지영이 침대에서 내려가자 기다렸다는 듯 모든 새들이 한꺼번에 지영에게 달려들었다. 지영은 벌거벗은 채 새들에게 둘러싸여 먹이를 주었고 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선호는 지영과 화해할 기회를 또다시 새들에게 빼앗겨 티슈 통을 벽을 향해 던졌다. 새들이 한꺼번에 천장으로 날아오르며 새털과 새하얀 비듬이 원룸 가득 휘날렸다.


  지영은 출장이 연장되면서 아예 서울로 직장을 옮길 태세였다. 선호는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틈만 나면 지영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가는 전철을 타야 했다. 지영에게 종일 카톡을 보내고 수시로 영상전화는 물론, 지영의 회사 근처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을 반복했다. 취업사이트를 뒤지고 자기소개서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지영은 진저리를 쳤다. 


  - 제발, 취업 준비 때려치우고 고시원 들어가 공무원 시험공부라도 해봐. 


  선호는 지영이 헤어질 핑계를 찾는다고 생각했다. 싸움이 반복되고 싸움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지영은 선호를 벌레나 괴물 취급했다. 결국 몸싸움까지 벌인 날, 선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시몬을 붙잡아 창밖으로 집어 던졌고, 지영은 시몬을 쫓아 집을 나갔다. 시몬은 곧바로 창문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지영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 지구상의 이별은 죄다 추악하냐고, 선호는 시몬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선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몬은 엄마, 엄마, 지영을 애타게 불러댔다. 지영과 파국으로 치닫던 시간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토록 아끼던 새들을 모두 버린 채 떠난 지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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