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지켜야지

by 어수정
물길따라.jpg <물길따라>, 수채, 어수정 作, 2021.7.6






손주들은 일찍 일어난다.

내가 7시 30분쯤 아들집에 가면 손자는 벌써 씻고 옷을 입고 있다.

손녀도 그 시간에 일어나서 부모가 출근할 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안아주기.

어떤 날은 안아주기를 두 번 세 번 할 때도 있다.

이런 행동이 끝난 뒤 부모는 출근, 아이들은 하루 시작.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아이들은 마음의 평안을 갖고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등교, 등원하기까지 1시간 가량 시간 여유가 있다.

그 동안 할머니와 함께 책 읽기, 주사위놀이, 블록 쌓기 등 자유롭게 논다.

아들집에 간 첫 날 손자가 계란프라이를 먹고 싶다면서

부엌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기름은 여기 있고

소금은 이거고 계란은 냉장고에 하면서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할머니 커피는? 하면서 커피가 있는 서랍을 열어서

골라 먹으라고 자세하게 일러 주었다.


그 날도 손녀와 놀이를 하면서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맞추기놀이 세 번 하고 씻자고 약속했다.

세 번을 다한 뒤 손녀에게 씻을 시간이 되었다고 하니

손녀는 싫다고 불평을 하자, 나는 순간 긴장이 되었다.

저 번과 같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그런데 손자가 "너 놀이 세 번 하고 씻는다고 약속했잖아.

약속은 지켜야지."

그러자 손녀는 불평없이 씻으러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으면서 안도했다.

손녀가 씻는 것을 도와 주면서 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거야."

손녀가 앞으로 얼마나 약속을 지킬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반복하여 말하면 잘 지켜지지 않을까?

등교하면서 손자에게 "아까 할머니 도와 줘서 고마워.

동생에게 약속은 지켜야지 말해서 동생이 쉽게 씻은거."

손자는 씩 웃으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말수가 적고 질문해도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손자가

필요하면 말을 잘 하는 것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손자의 관심사가 공룡이었다가 로봇에서 AI로 옮겨갔다.

그런데 지금은 축구가 재미있단다.

특히 공룡에 관심있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다.

5세쯤 또래들이 공룡에 빠져 있을 때 손자는 무서워서 싫다고 했는데,

공룡의 이름은 물론 특징까지 말하면서 자기는 ㅇㅇㅇ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공룡은 관심 밖이란다.

내가 공룡이름이 너무 길어 외우기가 힘들다고 하니

할머니는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움직이기 싫어하고 좀 약한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또 다리도 튼튼해지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

손자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할머니의 걱정은 기우였다.

앞으로 관심사가 많이 변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할 것이고, 또 최종 진로를 결정할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손자가 행복한 삶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에 아들을 믿었듯이 이번에는 손자를 믿으면 되겠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묵묵히 뒤에서

아들 내외와 손주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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