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때때 중요한 것들을 적어두곤 했다.
잊지 말아야지 하며, 손끝에 힘을 주어 꾹 꾹 눌러쓴 문장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써 내려간 단어들.
그날의 숨결을 담은 작은 기록들.
그런데 오늘, 나는 그 종이들을 찢고 있다.
한 장씩 조용히 넘기며, 별일 아니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생각하며 적어둔 한 줄의 바람도, 한밤중에 써 내려간 혼잣말도, 고민거리를 꾹꾹 눌러쓴 문장들도 이제는 '버려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찢어낸다.
그때는 분명 중요했다.
잠을 설치게 했고, 하루를 삼켰고, 나를 뒤흔들었던 마음들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조용히 종이를 찢으며 마무리된다.
심장을 조이던 메모들도 이젠 조용히 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문득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제는 '영원히' 중요한 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적는다.
공책의 뒷장에, 굴러다니던 펜으로 그날의 표정, 스친 감정,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문장을.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기록한다.
지금 이 마음은, 지금 이 순간은 내게만큼은 충분히 중요하니까.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을 찢어내는 날이 오더라도 그건 그때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