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세컨드 커리어+삶의 일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 들어가 정년까지 성실히 다니면 은퇴 이후의 삶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의 수명이 개인의 수명보다 짧아지고, 고용의 안정성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직업도 함께 길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 불균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 전략이다. 바로 본업, 세컨드 커리어, 그리고 삶의 일을 함께 설계하는 다중 경력이다.
다중 경력이라고 해서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본업은 여전히 우리의 중심이다. 생계를 책임지고, 전문성을 쌓으며, 자존감을 지켜주는 가장 굵은 기둥이다. 하지만 본업 하나로는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세컨드 커리어라는 또 하나의 기둥이 필요하다.
세컨드 커리어는 단순히 돈을 더 버는 수단이 아니라, 소득의 다양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다. 여기에 삶의 일이 더해진다. 돈이 되지 않아도 나를 지탱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활동 ― 건강 관리, 가족과의 시간, 배움, 봉사 같은 것들이다.
본업이 안정과 깊이를 주고, 세컨드 커리어가 기회와 넓이를 열어주며, 삶의 일이 방향과 균형을 잡아줄 때 긴 인생은 비로소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세 축을 어떻게 동시에 굴려가느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배분이다. 본업은 체력과 집중을 가장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세컨드 커리어는 본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시간에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중 저녁 90분 글쓰기, 주말 오전 2시간 강의 준비 같은 방식이다.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야 오래 갈 수 있다. 시간 관리 또한 단순히 ‘세컨드 커리어’라고 적어두는 것이 아니라, ‘원고 1,200자 작성’, ‘영상 1편 촬영’처럼 구체적인 산출물 단위로 계획해야 한다. 시간은 비워두면 금세 다른 일이 차지한다. 그러나 산출물이 명확하면 그 시간은 나를 위해 예약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해상충이다. 본업과 세컨드 커리어가 충돌해서는 안 된다. 회사 고객과 경쟁하지 말고, 회사 자산·기밀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공개 활동은 투명성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신뢰는 본업과 세컨드 커리어가 공존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합의다. 주당 몇 시간을 세컨드 커리어와 삶의 일에 쓸지, 그 시간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반드시 함께 결정해야 한다. 합의가 없으면 죄책감이 쌓이고, 합의가 있으면 지지가 쌓인다. 멀티 트랙은 결코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삶의 일은 달력의 가장 앞에 올려야 한다. 돈이 되는 일보다 건강·관계·배움 같은 삶의 기본이 먼저다. 건강검진 예약, 주 3회 걷기, 주말 가족 대화, 분기마다 리셋 여행. 이렇게 작고 반복 가능한 단위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삶의 일이 균형을 잡아줄 때 본업과 세컨드 커리어도 오래 갈 수 있다.
멀티 트랙의 목적은 더 바쁘게 살자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더 자유롭게, 더 의미 있게 일하자는 것이다. 하나의 직업에만 기대는 삶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러나 본업+세컨드 커리어+삶의 일을 함께 설계한다면 긴 인생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된다.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포기할까”가 아니라 “무엇부터 시작할까”이다.
작은 시간 한 칸, 작지만 구체적인 산출물 하나에서 당신의 멀티 트랙이 시작된다. 그것이야말로 100세 시대의 불확실성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