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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아이

4. 기억 속 상처 (2)

by 우소비

그날도 햇빛은 오늘처럼 눈부셨어요.

“쩌-기, 빛난다!”

놀이터 친구 주미와 손을 잡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저 앞에서 걸어오던 작은 아이가 빛나를 향해 큰소리를 내며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어른도 당황한 듯 아이를 향해 높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사람한테 손가락질하지 않아요!”

빛나는 친구와 잡은 손에 땀이 났고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어요. 순간 바람이 불어 빛나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휘날리며 뺨을 때렸어요. 그날 이후로, 빛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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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기 좀 봐봐!”
또 다른 날엔, 서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었는데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의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듯 빛나를 바라보았어요.

“쟤 좀 봐!”

어떤 사람은 빛나를 바라보며 친구에게 속삭이거나, 멀리 있는 친구를 불러서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빛나는 점점 더 커다랗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힘들었어요. 수군거림은 귓속에 매미처럼 귓가를 맴돌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커다란 바위가 굴러오는 것 같았어요. 그 자리를 벗어나 숨고 싶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요. 그리고 서서히 빛나의 마음은 어둡고 무거운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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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바람도,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도 모두 다 싫어.
이제는 그냥, 아무것도...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

빛나는 그날 이후로 모자를 눌러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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