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아이가 낯설다

사랑하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by 유진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몇 년이다.

울고, 웃고, 다투고, 끌어안는 수많은 하루를 지났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이 아이가 낯설다.”

내가 낳고, 품고, 매일같이 지내는 아이지만 이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안다고 말하긴 어렵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상처받는지 그걸 짐작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예측 가능한 하루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말수는 적지만, 행동은 크고 변화무쌍하다.

감정의 방향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들이 많다.

나는 말수가 적고 행동 반경도 좁고, 에너지도 낮은 편인데

아이는 손발이 빠르고, 감정은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난다.

“왜?”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 공세에 어느 순간, 나는 대답을 멈추고 만다.

말이 막히고, 마음이 멈춘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다른 사람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생각은 곧

“내가 엄마로서 부족한 건 아닐까?”로 바뀐다.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아이와의 거리감이 나를 나쁜 엄마로 만들 것 같은 불안.

그 감정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을 누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의 거리가 있는 편이 더 편하다.

아이와 완전히 섞이지 않고, 잠깐 숨 쉴 틈을 두는 정도의 거리.

그 거리가 있어야 나는 나로서 숨을 쉬고, 엄마로서 버틸 수 있다.

그 거리감이 미안하고, 때로는 속상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려 한다.

사랑은 거리의 유무로 정해지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한다.

이해와 사랑은, 꼭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아이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와 같을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려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연습 중이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낯섦을 견디고, 거리를 너무 좁히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게 아이 곁에 조용히 머무는 연습.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완전히 같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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