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에 상처받는 나, 그걸 말하지 못하는 나

엄마라고 해서, 늘 괜찮은 건 아니니까

by 유진오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는 어느새 일하는 직장인처럼 휴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물론 소중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아이의 웃음소리,

손끝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

조그만 손으로 내 옷자락을 잡아끄는 감촉—

그 모든 게 고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만 조용히 쉼을 원한다.

혼자 있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나는 매일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조용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하루,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엄마 미워.”

“엄마 싫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나는 숨을 삼킨다.

머리로는 안다.

아이는 금세 잊어버릴 것이다.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그리 깊지 않다는 것도 안다.

감정 표현이 아직 서툴러서, 그냥 자기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마음은 논리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아이는 돌아서서 장난감을 집어 들고, 벌써 다른 세계로 가버렸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홀로 남겨진다.

텅 빈 방 안에 “엄마 미워”라는 말만이 자꾸 메아리처럼 울린다.

나는 그 말에 멈춰선다.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른다.

그래,

엄마도 사람이다.

엄마라고 해서 늘 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엄마라고 해서 모든 감정을 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상처받는다.

아이가 던진 짧은 말 한마디에 나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다.

“그래, 엄마 미워할 수도 있지.”

말은 그렇게 꺼내지만, 속에서는 조용히 아파온다.

그 아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친구에게 말하면

“애 키우다 보면 다 그래.”

“애들은 원래 그래.”

하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아서.

남편에게 말하면

“신경 쓰지 마.”

“그냥 흘려들어.”

하는 말이 돌아올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모른다.

자신이 던진 그 말이 엄마를 어떻게 아프게 했는지.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 아픔을 조용히 삼킨다.

엄마니까.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말에도

이렇게 쉽게 상처받을까.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그런 생각이 쌓여가면서 나는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모든 감정은, 결국 사랑에서 왔다는 걸.

나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상처받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가 내 전부이기 때문에 그 아이의 말 한마디가 나를 이토록 무너뜨리는 것이다.

밤이 깊어지고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조용히 다가가 잠든 아이의 볼에 가만히 입을 맞춘다.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나 스스로의 마음도 살며시 다독인다.

“괜찮아.”

“엄마니까, 아플 수도 있어.”

“엄마니까, 그래도 사랑할 수 있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항상 아이가 먼저 깨어나 내게 다가온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작은 손으로 내 팔을 건드리며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이를 향해 팔을 벌린다. 말없이,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아이를 가슴 가득 끌어안는다. 아직 말도 제대로 깨어나지 않은 순간이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때로는 어떤 말보다 먼저, 안아주는 행동으로 전해진다.

“잘 잤어?”

작게 속삭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제의 작은 아픔이 아직 가슴 어딘가에 남아 있지만,

오늘 아침, 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품으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상처도, 사랑도 품은 채로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

keyword
이전 11화그리고, 조금은 괜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