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틀이 없는 놀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누군가에겐 꿈같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뭘 해도 귀엽고, 뭐든 놀이가 되고, 함께 웃는 장면들이 눈부시게 그려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내게 그 시간은 지루하고, 난감하고, 막막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조용한 혼란의 시간이다.
나는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에너지는 대부분 바닥이다.
누군가는 놀이터에서 몇 시간이고 아이와 뒹굴고, 그네를 밀고, 시소를 함께 탄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대체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내가 밖으로 나가 놀아줄 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가끔,
놀면서도 “심심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곧, 이렇게 묻는다.
“아빠 언제 와?”
그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린다.
‘엄마는 진짜 재미없어.’
쾅, 하고. 가슴팍에 박힌다.
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학원을 운영하던 엄마, 직장에 바쁘던 아빠.
외동인 나는 혼자 책을 넘기고, 블록을 쌓고, 낙서를 했다.
누구와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서 사부작거리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일까.
아이와 함께 있어도, 함께 논다는 감각이 낯설다.
특히 가장 어려운 건 정해진 틀이 없는 ‘놀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는 기준이 없는 열린 방식의 놀이.
어른이 되어서 그런가,
엄마가 되어서 그런가,
‘틀이 없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다.
놀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을 나는 아직도 품고 있다.
아이와 어떻게 노는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그게 나를 더 막막하게 만든다.
아이에게 미안한 날이 많다.
재미없는 엄마라서.
덜 웃어줘서.
잘 놀아주지 못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 더 나답게
그게 가능할까, 생각하며 오늘도 아이 옆에 앉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