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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27. 2023

상사에게 이유 없이 혼나는 이유

보고의 타이밍

☞ 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시리즈 전편 편하게 보기


신규가 팀장에게

잽을 날리다.     


“왜 그렇게 그거에 집착해! 이해할 수가 없네.”


이 소리는 신규직원이 팀장에게 혼나는 소립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다 있는 상황. 팀장 목소리 톤은 모욕적.


사건은 이랬어요. 며칠 전 신규는 과장님께 업무를 물었어요. 팀장이 있는데 과장에게 물은 이유가 있었죠. 과장은 그 업무 전문가고 팀장은 아니었어요.


물론 신규직원은 팀장에게도 물었죠. 모두 A가 맞다고 하는데, 팀장만 B가 맞다고 하네요. 신규는 결국 계획서 만드는 과정에서 결재권자인 과장님께 의견을 물은 거죠.


여기까지 좋았어요. 신규가 일 처리를 이렇게 까지 하다니! 저는 그 친구가 기특하고 놀라웠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죠. 과장님은 팀장들을 불러 1주일에 한 번 회의해요. 사무실에 있는 테이블에서요. 부서 전체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도 내리죠.


회의에서 과장님은 업무를 A 안으로 추진하라고 한 거예요. 팀장은 그 자리에서 B가 맞지 않느냐 이야기했고요. 과장과 다른 팀장들은 A가 맞다고 했죠. 팀장은 공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회의 내용을 들은 신규는 팀장에게 가서, A로 추진하면 되느냐 물었죠. 여기서 터졌어요. 이건 마치 과장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진 팀장에게 신규가 가서 뺨을 치며 일어나라고 한 거죠.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팀장은 크게 꿈틀했지요.     


“왜 그렇게 그거에 집착해! 이해할 수가 없네.” 그리곤 한마디 더 이어졌죠. “김 주사, 이거 김 주사가 해.”     


여기서 김 주사는 접니다. 흡, 불똥이 저에게 튀었네요. 저는 6급이지만 아직 팀장 자리를 못 받은 상황이었죠. 잠시 있을 이 부서에서 직원들을 지원하는 보조 역할을 맡았고요.     


‘왜 나한테 하라고 해?’라는 생각이 안 들 만큼 신규직원이 안쓰러웠어요.     


맞아요. 사실 신규는 잘못이 없어요. 업무 방향이 정해졌으니,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하고 싶을 뿐이었겠죠. 합리적 마음이죠.     


근데 어디 세상이 합리적이던가요.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입니다.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다.

Z세대는 SNS에서, 상사는 회사에서.     


신규직원은 보고 타이밍을 잘 못 잡았어요. 보고를 타이밍까지 잡아야 하냐고요. 그럼요. 우리 학교에서도 교수님 눈치 봤잖아요?     


자영업 한다고 다를까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별점 1점 차이에 마음을 졸이신다고들 하잖아요.


‘나는 자연인이다.’라면 모를까. 우리는 사람 속에서 살죠. 어울려 사는 한 어디서도 피할 수 없고요. 가족, 친구 관계에서 조차도요. 

    

과장님 지시로 업무의 방향은 이미 팀장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요. 팀장은 다른 의견이 아니라 틀린 의견을 냈다가 카운터 펀치를 맞았고요. 이미 자존심이 너덜너덜해졌겠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서 아이를 혼내지 말라고 하죠. 아이 앞에서 부부 서로의 험담을 하지 말라고도 하고요.     


자존감, 자존심, 인정욕구. 어떤 단어로 표현하든 간에 그걸 지켜 주는 게 관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나온 말 아닐까요?     


사랑은 타이밍?

보고는 타이밍!     


그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어요. 그 친구가 잘 못한 건 없으니까요. 단지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지요. 제가 그 신규직원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위로의 말 뿐이었지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지만 못 해줬어요. 너무 꼰대 같을까 봐 걱정돼서.     


“그냥. 내 생각인데, 맞는진 모르겠어. 네가 잘 못한 거 없으니까.
근데 30분 정도라도 텀을 뒀다가 기획안을 조용히 팀장에게 가져갔으면 좋았을 거 같아.
팀장님도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틀렸다고 방금 망신당했잖아.
가져가서 ‘팀장님, 이번 기획 이 부분은 이렇게 한 번 정리 해봤습니다. 팀장님께서 한 번 보시고 고칠 부분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말해 봤으면 어땠을까.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사진: UnsplashSt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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