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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몰랐던 얼굴,엄마
03화
나는 이빨을 드러낸 어미개였다.
모성애 그리고 동물적 본능에 대해서
by
맵다 쓰다
Oct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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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성애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떠돌이 개가 학생을 공격해 6명이 다쳤다. 이 개는 최근 새끼를 낳았고 학생들이 새끼를 구경하려 하자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충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7분께 충주시 봉방동의 한 고등학교 강당 인근에 몸길이 50~60㎝ 가량의 떠돌이 개가 2학년 학생 6명을 공격했다.
강당 근처에 있던 A(18)군 등은 다리를 물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중앙일보 20.06.01 한영혜 기자]
이 기사를 읽는데 새끼 낳을 곳을 찾아 헤매는 어미개 모습이 그려졌다.
떠돌이 개가 출산까지 한 상태라면 영양상태도, 힘도 다 소진된 상태일 텐데 6명씩이나 공격 할 수 있을까?
새삼 어미개의 종족 보호 본능이 이토록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엽고 신기해서 쳐다보는 아이들의 관심이 선의인지 적의인지 어미개는 알 수 없었겠지..
동물적 본능으로 초견(犬)적 힘을 발휘해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개의 모성애였을까?
첫 아이를 낳은 지인 집에 방문했을 때 일이다.
불면 날아갈까 동동 거리는 모습은 새끼를 낳고 잔뜩 경계하는 동물을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멀찍이 쿵쿵거리는 우리 아이들의 소리에도 흠칫 놀라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느껴졌다.
잠재적 위해요소를 가진 것처럼 초조한 눈빛과 마음 상태가 그대로 전해졌다고나 할까?
친구의 세상은 오로지 아기의 안전을 중심의 최적화값으로 프로그래밍된 것 같았다.
세상 쿨하고 자기애 강한 본래 캐릭터를 알고 있는 나는 그 모습이 생경했다.
너무 그렇게 할 필요 없다는 오지랖의 말을 건네려다 입을 닫았다. 어차피 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있었다.
내가 첫 아이를 키울 때도 그랬으니 말이다.
과거를 고백하자면, 나는 이빨을 드러낸 어미개였다.
2.50kg를 겨우 찍은 체중, 분유 40ml를 힘겹게 먹는 아이는 많이 못 먹으니 늘 배고팠다. 배고파서 푹자지 못했고 많이 울어댔다. 예민한 기질도 나를 꼭 닮은 이 아이가 내 첫아이다.
어느 아이든 수월한 애가 있겠냐만은 먹고 자는 이
문제는 나를 심각하게 지치게했다.
아이를 울리지 않는게 휴식을 보장받는 길이였기에 아이가 울만한 모든 요소에 과민반응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내 안의 어미개 성향이 발현되자 세상의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요소인가? 아닌가?'
베란다를 타고 오는 어느 집의 담배냄새에도 분노케 했고, 아이가 자는 동안에는 깨우지 않도록 전체 음소거 모드로 집이 돌아갔다.
위해라고 표현했지만 기껏해야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거나 먼 미래에 발현될지도 모르는 나쁜 영향 정도인데
생명을 위협하는 일인 마냥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치 떠돌이 어미개같은 모성애를 뿜어냈다.
* 본능
당시 신혼집에 1층에 울창한 나무가 버티고 있는 집이였는데 하루종일 볕이 들어오지 않아 전깃불을 키고 살아야했다. 햇빛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운 영향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이따금씩 나무가지로 들어오는 햇빛한줌을 보며 아기를 들쳐업고
무릎을 리듬감있게 굽혀가며 요람을 태우는 내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동굴속에서 인간되기를 기다리는 곰은 어떻게 100일을 보냈을까?
씁쓸하게 짝이 없는 긴 인내를 참아낼 정도의 곰이라면 인간이
안되었어도 뭔가 한자리 하지 않았을까?
뛰쳐나간 호랑이는 동물의 왕인 사자와 비등한 수준으로 대우받는 동물이지 않은가?
쑥과 마늘이라니! 이런 채식은 족보에도 없다면 육식주의자 정체성을 지켜낸 호랑이가 정상인 건지, 득도의 경지로 환웅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웅녀가 정상인건지 궁금해졌다.
별 생각없이 결혼하고 아이낳고 기르는 삶은 의심없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막상 동굴속에 들어와보니 뭐가 순리고 어느 방향이 맞는 건지 판단이 흐려졌다. 사실 애초에 진지한 기준이 없었기도 했다. 떠밀리는 대로 남들처럼 사는 게 사람들의 본능이 아닐까? 하면서 살았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본능이 가로막힌 삶을 처음으로 살아보니 신화에도 의문이 생길만큼 삶의 구석구석의 의미를 새로 느끼고 있었다.
호랑이처럼 도중에 자기파악이 되더라도 마늘과 쑥쯤이라면 던지고 나갈수 있지만 이건 아이가 아닌가!
아이
가 생겨 낳은 게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라면 고등동물인 나는 엄마가 된 의미정도는 알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도대체 아이를 낳기전에 내가 본 세상을 무엇이였을까?
keyword
본능
모성애
새끼
Brunch Book
알고보니 몰랐던 얼굴,엄마
01
프롤로그
02
오늘은 운수 좋은 날?
03
나는 이빨을 드러낸 어미개였다.
04
필기 우수자의 실기 탈락
05
당신의 육아서는 안녕하신가요?
알고보니 몰랐던 얼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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