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어쩌면 나도 발견하지 못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김동식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는 특별함을 되짚어 봤다. 남들보다 사소한 것 기억 잘하는 것,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 이게 내가 가진 특별함이다. 그렇다면 이 능력이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까? 글쎄다, 언감생심 지구는커녕 나 하나도 못 살린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고? 분명 사랑할 수 있다. 일주일이면 사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쉽게 사랑에 빠지니까.
초능력자 김남우와 홍혜화도 이미 예전에 만났기 때문에, 서로는 서로를 절대 잊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 시간을 되돌리는 자와 모든 걸 기억하는 자의 사랑. 절묘하다. 그러나 꼭 예전에 만난 기억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은 어쩌면 초능력이다.
나는 남편을 한 번의 만남에서 알아봤다. 물론 그가 내 남편이 될 거라는 확신이 딱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소개팅을 안 하겠다는 직감, 우리는 사귄다는 직감이 들었다.함께 밥을 먹으며 고작 두어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수다 떨며 눈을 맞추며 알았다. 사랑에 빠지리라는 걸. 뭔가 굉장한 안도감마저 들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싶은.
홍혜화와 김남우도 그러했을 거다. 서로 눈 마주치는 순간 직감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리라는 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직감, 과학적인 심리 작용으로도 풀어낼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지구의 종말 시점을 시간을 되돌리며 연장시켰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은 홍혜화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김남우의 사랑이었다.
각박해져 가는 이 순간, 끝을 향해 가는 듯한 인류에게 작가는 사랑을 말한다. 나도 삶에 지쳐, 잠시 보지 못했던 남편과의 사랑을 일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