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먼 곳에서 온 노래>

'관계'라는 고차 방정식

by 문영

사람의 관계를 무 자르듯 뚝 끊어낼 수 있을까. X의 제곱은 4일 경우 X는 플러스 마이너스 2가 되는 것처럼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최은영도 관계에 대해서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우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것도 동성 간의 뜨뜻미지근한 사이.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사이가 너무도 명쾌하게 이해되었다.


미진과 '나'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없기에 아무렇지 않게 떠나보냈고 떠났을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애틋했다.


미진은 러시아 유학 생활에서 상처투성이인 율라의 도움을 받으며 율라를 살린다. 내 눈엔 그리 보였다. 미진의 성품과 행동이 율라의 상처를 치유해 준 듯했다. 율라는 미진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랐을 것이다. 더 크게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절제한다. 그 섬세함이 되려 맑게 그것을 비춘다. 미진과 '나'의 사랑이, 율라의 감정이 투명한 물에 비친 채 일렁거린다. 최은영이 그려내는 사랑은 매우 단순한 인간애이다. 그것은 성별도 나이도 초월한다. 그러나 정말 기본적인 인간애이기에 불편하지 않다. 인간이기에 주고받는 사랑의 모습이 아릅답기만 하다.




삶을 살다 보면 이해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있다. 사랑이지만 사랑일 수 없고 친하지만 가깝지도 않은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엄마이고 아내이며 딸이고 며느리이다. 그리고 교사이고 동료이며 친구이고 선후배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마주한다. 마주하는 감정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주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나는 오늘, 숨 쉬고 감정을 느낀다. 그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기적이기에 그 감정에 진심을 담는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때론 표현하지 않음이 더 큰 사랑임을, 이제는 안다, 작가 최은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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