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은 포기하지 않는다

2. 천천히 시작해도 결국 빛나는 사람들

by 유혜성

2장. 천천히 시작해도 결국 빛나는 사람들


슬로 스타터, 그러나 멈추지 않는 사람들


“선생님, 슬로 스타터가 뭐예요?”


3년 전 어느 겨울, 수업이 끝나갈 무렵 그녀가 불쑥 내게 물었다.

평소보다 유난히 조용했던 날이었다.


그녀는 요즘 자신이 자꾸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이어가며, 다른 길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매일이 불안하다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자주 해주던 말을 꺼냈다.

“느려도,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가는 사람은 결국 빛나요. “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가 요즘 ‘슬로 스타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아마, 위로가 필요했을 것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말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슬로 스타터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느리게 자라난 생각의 나무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알 거예요.

그는 어릴 적 말을 늦게 배웠어요. 부모님은 세 살이 넘도록 말이 트이지 않자 걱정했고, 다섯 살 무렵에야 완전한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하녀는 그를 ‘멍청한 아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학교에서는 지적 호기심이 넘쳤지만, 권위에 저항하는 태도로 선생님들과 갈등을 빚었고 ‘지능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실제로는 열다섯 살 전에 미적분을 마스터했을 만큼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당대의 교육 시스템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죠. “


그녀가 놀라며 말했다.

“와, 천재가 되기 전엔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나는 웃으며 아인슈타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은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지만, 혼자만의 사유 속에서 생각의 힘을 키웠어요. 모두가 달려갈 때 그는 멈춰 섰고, 모두가 당연하다 여길 때 그는 질문했죠. 결국 그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꾼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과학의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 되었어요. “


“노벨 물리학상 받은 사람의 유년 시절에 마음이 가요, 선생님!”


“그렇죠. 그가 증명한 건, ‘느리게 시작한다고 해서 끝까지 느린 건 아니다.’라는 거예요. 늦게 피는 꽃은, 자신만의 계절을 기다릴 줄 아는 꽃이에요. 그리고 그 계절이 왔을 때, 세상 누구보다 찬란하게 피어나죠.”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느끼며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해리 포터’의 엄마, 무명작가 조앤 K. 롤링


“그리고 또 있어요. 조앤 롤링. 해리포터 세대여서 아마 더 잘 알 거예요.”

“맞아요. 저는 그 당시 다음 시리즈를 꼬박 기다리며 마법의 세계가 존재하길 바라던 중학생이었어요. “


나는 조앤 롤링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지만, 처음부터 화려한 작가 생활을 한 건 아니었어요.


1990년, 조앤 롤링은 포르투갈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 결혼했지만, 그 생활은 불행했어요. 이혼 후 어린 딸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죠. 당시 그녀는 실업 상태였고, 정부의 복지 수당에 의존해 살아야 했죠. 지갑엔 몇만 원 남짓의 돈, 난방조차 되지 않는 허름한 방에서 살았어요. 심지어 우울증까지 그녀를 덮쳤죠. “


글로 견딘 시간, 결국 빛이 되다


“하지만 그녀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딸이 낮잠 잘 때 시간을 쪼개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한 카페에서 소설을 써 내려갔어요. 그게 바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죠.


이 원고는 처음엔 12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어요. ‘아동 판타지는 팔리지 않는다 ‘, ‘너무 기이하다 ‘는 이유였죠.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 출판사의 편집장이, 자녀에게 읽히고 감동을 받아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적이 시작됐어요. “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그 이야기 들어봤어요! 진짜 감동이에요.”


“멈추지 않았기에, 세계가 움직였죠”


“‘해리 포터’는 출간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팔렸고, 8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어요. 영화로도 제작돼 수십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죠. 무명의 싱글맘이었던 조앤 롤링은 이제 세계적인 작가이자 수많은 독자들에게 희망의 인물이 되었어요.”


“저도 전 세계가 사랑하는 그 마법의 세계에 푹 빠졌던 사람이에요. 저의 상상력을 키워준 책이기도 해요. “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듯 말했다.


“조앤 롤링은 멈추지 않았어요. 어두운 터널 같던 삶을 글로 견디며, 결국 세상의 빛을 만들어냈죠.

늦게 시작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계속 가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슬로 스타터들에게 속삭여 주는 것 같아요. “


“또 다른 이야기 있나요? 너무 재밌어서…”


나는 살짝 웃으며 다른 이야기로 이어갔다.

베라 왕: 마흔에 피어난 드레스의 꿈


“베라 왕, 아세요?”


“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요! 연예인들이 입는 거 기사에서 봤어요.”


“맞아요. 지금은 ‘웨딩드레스의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그녀의 시작은 패션이 아니었어요. 원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였고, 그 꿈을 향해 20대까지 달렸어요. 하지만 올림픽 출전에는 실패했죠.”


“아… 그럼 그 뒤엔요?”


“그 후엔 보그에서 일했어요. 무려 17년 간이 나요. 그런데 편집장이 되진 못했어요. 그녀는 40세가 되던 해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선택했어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요.”


“진짜요? 40살 넘어서요?”


“누구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자기 속도에 집중했죠. 그 결과, 전 세계 신부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드레스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와… 멋지다… 자기 이름의 브랜드! “


“베라 왕이 증명했죠. 늦게 시작해도, 멈추지 않으면 결국 도착해요.”


천재도 처음엔 길을 잃을 수 있어요: 스티브 잡스의 느린 시작


“그리고 스티브 잡스도 사실 슬로 스타터였어요.”


“진짜요? 그 천재도요? 스티브 잡스가요?”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잡스가 처음부터 세상을 바꾼 줄로만 알죠. 하지만 그는 방향을 잃었던 청년이었어요. 대학을 중퇴하고, 히피처럼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럼 그때 뭘 했어요?”


“명상에 빠져 인도까지 갔어요. 깨달음을 얻겠다고요. 그리고 돌아와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만들었죠.”


“그럼 그때부터 잘 된 거 아니에요?”


“잘 되긴 했죠. 그런데, 본인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어요.”


“설마… 애플에서요?”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해임되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죠. 누구라도 무너질 만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더 단단해졌어요. 그 후 넥스트(NeXT)와 픽사(Pixar)를 만들었고, 그 픽사는 토이 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뒀어요.

그리고 결국 다시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을 만들죠. 세상을 완전히 바꾼 거예요.”


“와… 그 모든 과정을 겪고도 포기 안 했다니…”


“그래서 잡스는 천재이기 전에 끈기 있는 슬로 스타터예요.

늦어도, 멀어도, 내 길이 맞다면 결국 도착하는 거죠. “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진짜 대단하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고난과 방황의 시절들이 있었다니…“


혼자였던 시간, 그들도 겪었어요: 오프라 윈프리 이야기


“맞아요. 오프라 윈프리도 있어요.”


“정말요? 오프라요?”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잘된 거 아니었어요? 방송국 앵커로 시작한 거잖아요.”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사실 오프라는 30대 초반까지도 자리를 못 잡았어요. 처음 일하던 방송국에서는 감정이 많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외모나 말투를 지적받기도 했어요.”


“오… 그랬구나…”


“그녀도 외로웠던 시간이 있었어요. 유년 시절은 가난하고, 학대도 당했어요. 그런 시간들을 버티며 그녀는 자신만의 감정과 언어를 만들었죠.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그게 오프라 쇼의 시작이었어요.”


“그 쇼 진짜 유명하잖아요.”


“맞아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쇼 중 하나가 됐고, 오프라는 결국 전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상징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 길의 시작은, 누구보다 느리고 고통스러웠던 거예요.”

그녀의 눈이 살짝 촉촉해졌다.

“나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도 다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그래요. 벚꽃은 조금 늦게 피지만, 한 번 피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요.

사람들은 벚꽃이 피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하죠. 조금 늦게 피어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가 될 거예요.”


“그럼 저도, 지금 준비 중인 상담사… 너무 늦은 건 아니겠죠? “


나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중요한 건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끝까지 가느냐예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의 눈이, 그날따라 유독 꿈꾸는 듯 반짝였다.


늦게 피는 꽃이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린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손뼉 치며 응원한다. 그러나 진짜 강한 사람은 빠르게 달린 사람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사람이다.

슬로 스타터는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걷는다. 처음엔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의심하지만, 그 안에는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끈기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깊은 뿌리가 있다.


아인슈타인도, 스티브 잡스도, 조앤 롤링도, 오프라 윈프리와 베라 왕도 그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오랫동안 인내하며, 자신만의 계절을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뒤흔드는 꽃을 피웠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그 길이 틀린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계절을 살아간다. 당신의 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 그 봄은 반드시 찾아온다.

당신의 봄은 반드시 온다


나에게 슬로 스타터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었다. 퇴근 후 스터디 카페에서 온라인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자격증 공부를 했다. 시험에 떨어지기도 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한 심리상담센터에 정식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지금은 자신처럼 오랜 시간 방황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사가 되었다.


얼마 전 그녀가 수줍게 말했다.

“저도 그때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지금 이 자리가, 제게 딱 맞는 타이밍이라 생각해요. “

이 책은 조금 늦었다고 느끼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이 불안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당신에게 가장 완벽한 타이밍일지 모른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빠르게 가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피어날 당신의 이야기를 이제 써 내려갈 차례다. 늦게 피는 꽃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반드시, 빛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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