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거울 속 나 자신에게-성장의 첫걸음,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
나는 어릴 적부터 ’왜?’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왜 어떤 친구는 매번 시험을 망쳐도 밝게 웃을 수 있을까?”
“왜 어떤 친구는 단 한 번의 실패에도 쉽게 무너져버릴까?”
나는 후자에 가까운 아이였다.
작은 실패에도 마음이 무너졌고, 수학 문제 하나 틀리면
“나는 원래 수학을 못 해”
“나는 머리가 나빠서 그래”
스스로를 그렇게 단정 짓곤 했다.
그때, 아무도 내게
“괜찮아, 아직이야”
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실패는 곧 끝이라 믿던 시절.
그때의 나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런 나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훨씬 나중이었다.
’ 캐럴 드웩(Carol Dweck)’의 <마인드셋>을 처음 읽던 날, 나는 책 속에 실린 한 실험 이야기에 멈춰 섰다. 그녀가 소개한 어린 시절의 수학 실험은 마치 내 과거를 정면으로 비추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점점 어려운 수학 문제를 주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간에 포기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틀리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건 내가 더 똑똑해질 기회야!”
나는 그 문장을 읽다 말고 책을 내려놓았다. 익숙한 생각의 틀이 조용히 무너졌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나는 실패를 증명서처럼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실패를 성장의 징표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날, 나는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고정 마인드셋’을 처음으로 자각했다.
그리고 생애 처음,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아직 성장할 수 있어.”
그 작디작은 “아직”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때도
“나는 몸이 약해.” 대신
“나는 강해질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처음 필라테스 강사로 나섰을 때도
“나는 아직 부족해.” 대신
“그래, 부족해도 괜찮아. 아직이니까.”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리고 결국, 에버유 필라테스가 탄생했다.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공간. 실패와 두려움이 아닌, ‘아직’과 ‘가능성‘을 심어주는 곳.
에버유에 오는 회원들도 나와 비슷했다.
어느 날, 굳은 어깨 때문에 목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던 40대 초반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그리고 동작을 따라 할 때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안 될 것 같아요…”를 반복했다.
사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들 앞에서도, 그녀는 스스로를 자꾸 숨기고, 움츠려 들었다.
나는 그녀가 다시 자신감을 되찾길 바랐다. 그래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조금씩,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마음만 가져보세요. 우린 몸과 마음을 함께 변화시킬 거예요.”
그녀와 함께 연습한 동작 중 하나는 ‘스프레드 이글(Spread Eagle)’이었다.
기구 위에 매달려, 독수리처럼 두 팔을 벌리고 가슴을 활짝 여는 동작.
처음에 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 반쯤밖에 펴지 못했다. 연예인들이나 하는 멋진 동작이라며, 아마 자신은 평생 못할 거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기다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아직이니까요.
아직이라는 말엔, ‘곧’이라는 희망이 숨어 있으니까요.”
한 주, 두 주… 시간이 지나며 굳어 있던 그녀의 어깨와 등이 점점 자연스럽게 펴지기 시작했다.
마치 독수리가, 숨겨둔 날개를 펼치듯 그녀의 몸이 서서히, 그리고 완전하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몸이 펴지자, 그녀의 목소리도 커졌다.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수줍게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제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요.”
나는 순간 뭉클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하나의 동작이, 한 사람의 자존감을 일으켜 세운 순간이었다.
‘스프레드 이글’은 상체를 활짝 펴며 가슴과 어깨를 여는 동작이다. 마치 독수리가 하늘로 비상하듯, 웅장하면서도 시원하게 가슴이 열리는 느낌을 준다. 이 동작은 자존감이 낮아 마음을 닫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다시 펼치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건네준다.
나는 이 동작이 단순한 체형 교정을 넘어, 내면의 힘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동작인 ‘스완(Swan)’은 기구 위에 엎드린 자세에서 상체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움직임이다. 이름처럼, 마치 백조가 고요한 물 위를 떠오르며 날개를 펼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누구나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이 동작은, 특히 말린 어깨와 굽은 등을 펴고 척추를 곧게 세우는 데 효과적이다.
나는 이 스완 동작이 단순한 체형 교정을 넘어, 우리 안에 잠든 가능성을 깨우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믿는다. 긴장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프레드 이글과 스완, 두 동작은 단순히 몸의 정렬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내가 회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당신의 몸이 펼쳐질 때, 당신의 가능성도 함께 열린다.”
실제로 몸을 펴는 순간, 우리 안에 숨어 있던 잠재력과 자신감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 가능성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나는 필라테스를 통해 회원들이 이 진실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깊이 깨닫기를 바랐다.
성장 마인드셋은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몸으로 느끼고 직접 움직일 때, 마음도 함께 자라났다.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Amy Cuddy)는 ‘파워 포즈’라는 이론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자신감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고, 자신에 대한 신뢰감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단 2분 동안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감소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호르몬은 증가하여 스스로를 더 유능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면접을 앞두고 화장실 안이나 복도에서 양손을 허리에 얹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리는 ‘원더우먼 포즈’를 취해보자. 겉보기엔 단순한 자세처럼 보이지만, 잠깐이라도 그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긴장을 낮추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이미 커디의 파워 포즈 이론은 우리에게 말한다. 자세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바뀔 수 있으며, 그 작은 움직임이 곧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 있는 자세 하나가 마음을 바꾸고,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그녀의 메시지는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깨우는 작고 위대한 시작이 된다.
필라테스에서 ‘스프레드 이글’이나 ‘스완’처럼 몸을 활짝 펴고 가슴을 여는 동작은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그건, 나 자신을 세상 앞에 당당히 드러내는 연습이다.
그래서 나는 회원들에게 단순히 “자세를 고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이건,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펴고 다시 한번 나를 일으켜 세우는 연습이에요.”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활짝 여는 그 순간, 마음도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작게 웅크린 몸을 펴고 자신 있게 서는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우리는 ‘아직’이라는 가능성의 씨앗을 몸과 마음 깊은 곳에 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결국은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
나도 성장 마인드셋으로 변했다.
솔직히, 나 역시 한때는 고정 마인드셋에 갇혀 있었다.
“나는 원래 이래서 안 돼.”
스스로를 그렇게 제한하고, 끝없는 변명으로 내 가능성을 가두곤 했다.
하지만 내 안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씩 성장하면 돼. 오늘은 어제보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돼.”
그 작은 믿음이 내 몸도, 마음도, 그리고 인생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제 나는 안다.
필라테스를 하며 거울 앞에 선 그 짧은 순간들이 얼마나 위대한 기적을 품고 있는지.
나는 매 수업마다, 회원들에게 작은 씨앗 하나를 심는다.
“아직이에요.”
“괜찮아요.”
“조금만 더 해볼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스스로 꽃을 피운다.
누군가의 말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피어오른 힘으로.
성장 마인드셋이란 대단한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아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오늘 넘어졌어도 괜찮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아직 가능성이 살아 있기에.
나는 그 ‘아직’이라는 가능성을 함께 키워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당신 안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빛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신의 날개를 펼칠 줄 아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하늘을 날게 되어 있다.
주요 참고 자료
-캐럴 드웩 <마인드셋>
-에이미 커디 <프레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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