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슬로 스타터를 위한 응원-당신도 늦게 피는 꽃인가요?
“그림은 나랑 안 맞아.”
그녀는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 시간은 언제나 스트레스였고, 선이 삐뚤어졌다고 선생님에게 지적받은 날엔 한동안 연필도 잡기 싫어졌다. 주변엔 손재주 좋은 친구들이 많았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늘 ‘타고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한 번도 진지하게 배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서른이 넘은 어느 날, 회사 동료의 권유로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에 참석하게 됐다.
“다들 힐링된다고 하길래, 그냥 앉아만 있을 생각이었어요 “
그날은 수채화 첫 수업이었고, 선생님은 사과 하나를 그려보라고 했다. 그녀는 붓을 들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옆 사람은 이미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생생한 그림을 완성한 뒤였다. 반면 그녀의 종이는 번져버린 색감과 어색한 그림자만 남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 그게 이미 첫걸음이에요. 서두르지 마세요.”
선생님의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그녀는 매주 조금씩 붓을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형태 잡는 것도 버거웠지만, 점점 색이 쌓이고, 빛과 그림자를 구분하게 되면서, 그녀만의 속도로 그림이 피어났다.
1년 후, 작은 그룹전이 열렸고 그녀의 그림도 한쪽 벽에 조심스레 걸렸다. 놀랍게도, 관람객 중 누군가는 그녀의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 그림,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죠?”
그 말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너무도 큰 시작이 되었다. 자신이 몰랐던 가능성의 문이 살짝 열린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멋지게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느린 걸음으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간 그녀는 이제 매일 퇴근 후, 붓을 든다.
“늦게 시작했지만, 덕분에 더 간절했고,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왔어요.”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느린 출발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은 그녀의 취미이자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요? 그게, 그래서 더 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 남편은 출장이 잦고, 본인은 계약직으로 몇 년째 일하고 있었다. 자기 이름으로 된 명함 하나 없이 서류 작업만 반복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사회복지개론’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그녀는 문득 눈물이 났다.
“나, 원래 이런 거 좋아했는데…”
그 길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 잠든 새벽,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인강을 들으며 필기를 했다. 남편은 “그걸로 뭐 하려고?”라며 냉소적이었고, 아이들은 “엄마 시험 본대!”라며 놀려댔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의 시험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고, 결국 그녀는 자격증을 땄다. 합격증을 들고 아이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이건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그녀는 광고회사에서 15년을 버텼다. 야근, 클라이언트, 피피티, 피로, 커피, 그리고… 번아웃.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지 못했다. 눈을 뜨고도 3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 이제… 못하겠어.”
그녀는 그만뒀다. 아무 대책도 없이.
하지만 퇴사 후 처음으로 마음이 가는 곳으로 시간을 썼다. 차(茶)에 빠졌고, 건강식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메모장을 꺼내 작은 레시피를 정리하고, 인스타에 하나씩 올렸다.
어느 날, “힐링되는 기분이에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녀는 속으로 울었다. 처음으로 진심을 받아들여준 세상이 고마웠다.
지금 그녀는 작은 스튜디오 창업을 준비 중이다. 차를 우리고, 조용한 클래식을 틀며, 공간의 이름을 고민한다.
“이제야 내가 나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녀들은 지금, 나에게 필라테스를 배웠거나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단지 몸을 바꾸고 싶어서, 더 날씬해지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들의 삶의 방향까지 바뀌고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오래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그리게 되었으며, 자신을 믿는 법과 내 인생의 속도를 존중하는 법까지 하나씩,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배워가고 있었다.
기적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기적은 하루를 포기하지 않은 나,
한 걸음을 더 내디딘 나,
아직 안 늦었다고 믿은 나에게서 피어난다.
누군가 말한다.
“너무 늦은 거 아냐?”
“그 나이에 무슨…”
“왜 이제야 시작해?”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빠른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기적이란,
오래 미뤄두었던 책을 펼치는 일,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드는 일,
숨이 차올라도 끝까지 수업을 마치는 일처럼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도 해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기적 아닐까
1. 작게, 짧게, 바로 시작하라
시작은 언제나 막연하다. ‘하루 10분 실천하기’, ‘오늘 한 장 읽기’처럼 작고 구체적인 목표로 시작하라. 시작만 해도 반은 이룬 것이다.
2.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하라
빨리 가는 것보다, 내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멀게 돌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되기도 한다.
3. 함께 할 작은 커뮤니티를 찾아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연결되면 ‘나만 뒤처진 것 아닐까 ‘ 하는 불안이 줄어든다. 특히 필라테스나 취미 클래스처럼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활동은 자기 확신을 회복하는데 큰 힘이 된다.
기적을 꿈꾸는가?
기적은 꼭 눈부신 성공이나 박수를 받는 일만은 아니다.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끝까지 걸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다.
너무 늦게 피는 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어떤가.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당신 인생에서 가장 빠른 출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느린 걸음이 누군가에게 “나도 해볼게요”라고 말하게 만드는 따뜻한 씨앗이 될 것이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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