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미숙 Oct 28. 2022

Invest in Yourself!

워킹맘, 퇴사의 세계

은행 VIP실에서 근무할 때에는 본점 관련 부서에서 수시로 시황이며 추천 상품을 보내주었다. 직원들은 본점 하우스 뷰에 어긋나지 않는 상품을 권유하기에 어느 지점을 가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서도 신뢰가 가고 직원 입장에서는 편하다. 다만 은행 상품만 접하기에 그 상품들 세상 전부의 상품인 듯했다. 코로나로 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고 유튜브에도 주식 관련 채널이 급증하는  은행 상품만으로 만족하는 고객도 점점 줄어들면서 나 역시 자연스레 다른 상품으로 관심을 넓혀 나가게 되었다. 

  

은행의 하우스 뷰도 챙겨보지만 출퇴근 시간 짬짬경제 뉴스며 유튜브 채널도 보며 은행  밖 세상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 은행 상품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상품이 있구나, 다양한 종목이 있구나, 은행 직원이지만 주식 시장도 모르면 안 되겠구나 느꼈다. 한밤중에 열리는 미국 시장을 챙겨보느라 증권회사 앱도 깔고 Yahoo Finance며 CNBC를 챙겨보았다. 고수들은 저마다 주식 시장이 상승한다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락한다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유창하게 이어나갔고 유튜브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애널리스트가 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유튜브에는 전문가란 전문가가 다 모여 설명하니 전문강사를 초대해 듣는 은행 강보다도 재미있었다. 코로나 시대, 주식에 관심들을 가지게 되서인지 생생한 정보들이 넘쳐났 만족스런 마음에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댔. 퇴사를 니 평소 듣고 싶었던 유튜브도 여유롭게 볼 수 있어 볼륨을 높여 청소도 하고, 빨래도 개고, 설거지도 하고 만족스러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너무 많은 정보를 듣다 보니 스스로의 판단이 흐려진 거다. 이 사람이 나와 이게 좋다 하면 솔깃, 저 사람이 나와 저게 좋다 하면 또 솔깃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몇 종목을 사보았다. 시장은 이미 큰 변곡점을 맞이하여 하락 추세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은행 하우스 뷰대로 시황을 설명하고 투자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시장이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종종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은행 직원이 추천해서 가입했더니 이모양이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에 난감해하기도 하지만 투자 상품이란 결국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기에 직원 탓으로 돌려도 마이너스를 회복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 광경을 수없이 봐왔으면서 정작 나는 마이너스가 난 종목을 추천한 유튜버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 추천해선뜻 투자한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예상되는 금리의 흐름, 유동성 공급의 흐름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같은 전쟁이 발발하기도 하고  금융사고도 일어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을 100% 예상할 수 없다. FOMC 회의 분위기, 미국 국채 금리, 환율 흐름, 금통위 결과와 같은 많은 요소들을 체크하다 변수가 발생하그때그때 적절하게 피보팅 해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급한 매수 버튼이라니..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을 방카슈랑스라고 하는데 각 보험사마다 은행을 방문하며 보험사의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 전략도 알려주시는 보험사 마케터분들이 있다. 많은 은행 지점을 다니다 보니 종종 인근 경쟁 은행의 현장을 알려주는 소식통이 되시기도 하는데 다른 은행 근황을 엿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 A은행에 펀드를 정말 잘 파는 직원이 있거든요. 그분이 레버리지 상품 많이 팔아서 수익 나면 빼고 또 가입 권유하고 그랬대요. 실적이 좋아서 이번에 승진도 하셨더라고요!"

지수가 떨어지면 지수연동 레버리지 상품을 추천해 수익이 나기를 반복해서 고객 수익과 본인의 영업 실적을  확보했다는 거다. 지수가 1배 움직일 때 상품의 수익은 약 2배로 움직이는 2배 레버리지 상품에.. 수익이 2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험도 2배 되상품에..      





레버리지 상품은 마켓타이밍에 착안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시황이 예측한 대로 전개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투기에 가깝다. 가격이 싸졌으니? 지수가 빠졌으니? 시장이 급변하는데 지수가 빠졌다면 그만큼 회복 탄력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고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다. 말하자면 물릴 확률이 매우 높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지수가 빠지자 일부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투자를 는데 거의 모든 나라가 경제 제재에 동참하며 결국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누구나 가격이 싸기만 한 자산 말고 가치 있는 자산을  싸게 사고 싶어 한다. 미국에 사는 한 어린아이도 궁금했나 보다. 아이는 당대 최고의 투자가이며 '오마하의 현인'이라 칭송받는 워런 버핏에게 문했다.

" 그럼 지금 어느 종목에 투자하면 좋을까요? "

워런 버핏이 말했다.

"너는 아직 어리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 다른 어떤 주식보다도 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구나!"


질문을 한 그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재테크 책을 쓴 나 역시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 퇴사는 했고 실업 급여도 끊겼다. 더 이상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건 존재감이 없는 것과 같았다. 재테크를 통해 벌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중심을 잃었다. 그제야 단 돈 100원을 벌더라도  스스로에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적자라도.. 10명의 은행 VIP를 인터뷰하고 적은 <명동 부자들>을 다시 곱씹어본다.


월급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티기를 하는 수동적인 삶의 방식을 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라.


정답은 바로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거였다. 성장 가능성이 큰 어린아이도 아니고 한창 호기롭게 젊음을 누릴 나이도 아니며 더군다나 퇴사까지 해버린 한낱 보잘것없는 아줌마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마지막으로 워런 버핏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할 수 있는 만큼 투자하라. 너 자신은 스스로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당신이 당신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나 재능을 계발하는데 하는 모든 것은 나중에 실질 구매력 측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투자한 보상은 매우 크다. 스스로에게 투자한 모든 것에 대하여 당신은 10배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 또한 다른 자산과 투자와 다르게 아무도 그것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거나 훔쳐갈 수 없다.




이전 14화 공모주나 해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