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게임] 이 스포츠의 탄생

스타 크래프트

by 평범한 직장인

생각해보면 제 세대는 화면을 보고 하는 게임, 당시 표현으로 전자 오락을 시작부터 경험해본 세대인 듯합니다. 저보다 윗 세대는 책을 읽거나 뛰어놀면서 자라서 전자 오락이 생겼을 때는 성인이 된 상태였고, 저보다 아래 세대는 그런 흑백 모니터에 심플한 게임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다운로드.gif 기억이 가물가물한 재믹스 게임 마성전설의 한 장면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기 전에 저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컴퓨터를 배우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갤러그, 테트리스, 팩맨 같은 전설적인 게임을 했었고, 너구리를 가장 많이 했었던 것 같네요. 이후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었으나 성능이나 그래픽이 더 좋았던 가정용 게임기가 더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희 집에는 재믹스가 있었는데 마성전설, 알칼로이드 같은 게임을 즐겨했었습니다. 이후 다른 집에서 더 최신 모델인 슈퍼 패미콤이나 패밀리 같은 게임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드래곤볼 같은 당시 충격적인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을 해보러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maxresdefault.jpg XT 컴퓨터에 흑백 모니터에서 너무 느려서 잘 안 돌아가는 관계로 친구 집에서 자주 했던 황금 도끼


컴퓨터 게임도 계속 발달이 되어 골든 엑스, 수왕기 같은 명작 게임이 나왔지만, 당시 대세는 역시 오락실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게임계의 1차 혁명이 이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오락실에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왔을 때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격투 대전 게임의 시조새인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이후 수없는 변형이 나오게 되며, 이후 나오는 수많은 격투 게임의 원형이 됩니다.


01스파4.jpg 버전이 많아서 예전 오락실과는 미묘하게 화면이 다릅니다


게임 한판을 하기 위해 100원을 내야 했기 때문에 돈이 모자란 초등학생으로서는 많은 게임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에 게임 가격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더 대중화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게임을 계발한 일본과 정식 라이선스를 맺어서 수입을 했다면 1판 게임비가 최소 500원은 됐을 텐데 세운 상가의 전설적인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로 기판을 복사해서 싼 가격에 게임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작권이 중요해지고, 이를 무시하는 중국을 나무라지만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과정을 우리도 겪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악을 떠나서 복제를 막으려는 일본 기업의 노력을 집요하게 뚫는 한국의 기술자들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오락실, 가정용 게임기, 컴퓨터 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점에 계임계의 2차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스타 크래프트의 탄생이 바로 그것입니다. 1차 혁명을 통해 소위 전자 오락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면, 2차 혁명은 이를 스포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이제 이스포츠라는 말은 매우 자연스럽게 쓰이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게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껏해야 동네 오락실 에이스 정도의 경쟁 관계였다면, 이제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최고를 가리는 대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img.jpg 최고의 조합이었던 엄정김 해설 조합. 정일훈 캐스터가 그만두는 것에 대해 반발이 많았지만 전용준 캐스터가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줌으로 엄전김이 완성되었다

스타 대회는 정말 99 PKO부터, 게임큐 리그, 온게임넷 스타리그, 엠겜 등 수많은 리그를 챙겨봤습니다. 그리고 당시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가까운 코엑스 메가 웹 스테이션에서 했었기 때문에 가끔 코엑스 간 김에 직관도 하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씨를 대형 커뮤니티로 만든 일등공신도 스타 갤러리, 일명 스갤의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 스갤은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압도하는 강력한 커뮤니티였었고, 수많은 유행어와 문화를 창조해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스타의 인기는 리그의 중단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워크래프트, 롤, 베그 등 수많은 인기 게임들이 차지하였고, 가정용 게임기는 xbox,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진화하였습니다. 거의 사라졌던 오락실도 펌프의 인기로 부활했었고, 요즘은 깔끔한 시설에 다양한 오락기를 시간제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가 어른이 되니 게임에 대한 편견은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으며, 여전히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도 늘어났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스타 크래프트였다고 생각하며,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즐거움을 준 것도 스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술자리에서 스타 얘기가 나오면 고수가 아니었던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만 해도 "스타 한판?"이라고 하면 바로 "콜"을 외쳤겠지만 이제는 굳어버린 손을 탓하며 예전에 붙었으면 잽도 안된다는 식으로 자존심 싸움만 하고 있네요.




스타의 인기로 개국하게 된 세계 최초의 e-sports 전문 방송국 OGN(온게임넷)이 폐국 위기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20년 12월 31일 폐국 소문이 돌았던 것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으나, 사실상 재방송 위주로 모든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폐국 수습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타리그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게임의 인기는 높기 때문에, 폐국의 큰 이유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점이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OGN의 주요 시청 계층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10대, 20대일 것이며, 미디어가 획기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방송국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권위적인 방송 문법을 따라가려 한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OGN은 유튜브 채널 44층 지하 던전을 운영하는 등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봐 오고 응원했는데 정말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사족으로 표지에 콩간지 사진을 넣은 것은 결코 홍진호를 까려고 넣은 것이 아닙니다. 스타리그를 통해 배출된 스타는 매우 많습니다. 게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얻어서 스타를 전 국민에게 알린 신주영, 이기석부터,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임요환, 스타리그 전체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실력자라 할 수 있는 이영호 같은 선수 외에도 생각나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타 크래프트의 대표 인물 1명을 뽑으라고 하면 홍진호를 꼽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타 크래프트의 대표 인물 1명을 뽑으라고 하면 홍진호를 꼽을 것 같습니다. 게임적으로만 보면 보다 뛰어난 실력, 오랜 기간 전성기를 가진 선수들이 있지만, 수많은 밈을 창출시키고, 까이고 응원받으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간 홍진호를 전통대로 2위로 뽑고 싶지만 제 마음속에서만큼은 1위입니다. 콩까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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