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Jul 18. 2021

잘 익은 밤송이는 가시 속에 있다

상대의 언행에 상처 받지 않는 법

“책인사님. 미안합니다. 또 이렇게 떠납니다.”

직장 상사 L님이 퇴직했다.

정확하게는 또다시 퇴직했다.


L님은 2018년에 처음 만났다.

차분한 말투,

높은 업무지식,

모든 이들에게 온화한 모습.

난 L님을 존경했다.

그리고 L님과 함께 즐겁게 일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L님은 퇴직하셨다.

직급은 같았지만,

영향력이 컸던 G님의 험한 언행이 이어지자,

L님은 사표를 던졌다.



L님이 퇴직하고 2년이 흘렀다.

G님은 그룹 내 자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리고 경영지원본부를 총괄할 임원이 필요했다.

G님은  조용히 불렀다.

“책인사. L을 재입사시킬 수 있을까?”


난 G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L님과는 다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L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다시 함께 일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L님은 나와 일하는 것은 좋지만,

G와는 다시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어렵게 성사된 L님과 G님의 저녁자리.

G님은 정성을 다해 L님을 설득했다.

다시는 소리치지 않겠다고 했다.

L님을 존중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L님이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G님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L님은 반년만에 회사를 떠났다.

아니, G님을 떠났다.




나에게도 거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런 거친 언행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상대방의 거친 표현방법은 제외하고,

그 속의 의미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상대방이 일을 맡기지 않으면,

‘아, 아직 조금 더 신뢰를 쌓아야 하겠구나.’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면,

그 속에 담긴 의미만 받아들였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

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상대의 말투 때문에 상처 받아요.

 가시가 있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가시가 없다면 다람쥐가 먼저 먹어버려서 남아있는 것이 없었겠죠? 이와 같이 그 동료는 가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그 동료와 일을 하다가 그의 말투 때문에 또 상처를 받으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저 동료는 아주 맛있는 밤이다. 지금 나는 밤송이의 가시에 찔렸다고 움찔하지만 저 속에는 맛있는 밤이 들어있다.’

-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 스님 저) -


이제는 상대방이 화를 내도 당황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화를 내는 이유를 차분하게 생각해 본다.

표현은 걷어내고 그 속에 숨은 의미만 파악한다.


가시 돋친 언행을 접하면,

법륜 스님 말씀처럼

그 속에는 잘 익은 밤송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대방의 언행에 상처 받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아닌,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가시를 피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가시 속의 밤송이를 찾는 여유도 생겼다.

아픈 경험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전 08화 독서의 완성, 필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