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건설회사 홈페이지 CEO 인사말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2~3년 이내,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회사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년도가 바뀌어도 '2~3년 이내,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회사가 되겠다'는 문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해당 회사 홈페이지 CEO 인사말을 확인해 보니, CEO 인사말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바뀌어 있었습니다. 일단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최근에 근무한 회사의 'Vision & Mission'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최고의 회사'였습니다.
'최고의 회사가 되겠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 신뢰받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는 역설적으로 현재는 '최고가 아니며, 사랑받지 못하고 있으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쿠팡은 수치화된 목표가 없습니다. 쿠팡에는 가치만 존재할 뿐입니다.
쿠팡이 추구하는 가치는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How did we ever live without Coupang?)'입니다.
목표는 최종 도착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에는 최종 도착점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만이 있을 뿐입니다. 목표는 수치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가치는 비전으로 표현됩니다. 비전은 조직을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어떤 목표를 갖기 전에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그게 잘 사는 길이다.
가치와 목표는 다르다.
목표는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끝이지만
가치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끝이 없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목표가 이루어지면 방향을 잃기 쉽지만,
가치 지향적인 사람은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결과만을 보지만,
가치 중심적인 사람은 과정을 본다.
- 고수의 일침 _ 한근태 지음 _ 미래의 창 출판사 -
물론 쿠팡에도 수치화되지 않은 목표는 있습니다.
쿠팡의 15가지 리더십 원칙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Wow the Customer(고객만족)'이 쿠팡의 유일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들이 수치로서 그들의 목표를 나타낸다면, 쿠팡은 쿠팡의 행동규범, 존재가치로 쿠팡의 목표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사들에서는 목표달성을 위해, '생산성 향상, 비용절감'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쿠팡은 오로지 '고객의 삶, 고객 만족'만을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회사들이 미시적인 것에 집착하고 있을 때, 쿠팡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오로지 고객만을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목표란 무엇일까? 목표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우리는 차를 타면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설정한다. 그럼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내를 한다. 목표가 없다는 건 시동을 켜고 움직이긴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과 같다. 당연히 성과를 내기 힘들다.
- 고수의 질문법 _ 한근태 지음 _ 미래의 창 출판사 -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How did we ever live without Coupang?)'는 앞으로 쿠팡이 어떻게 나아갈지를 알려주는 비전과도 같습니다. 저는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이와 같이 구성원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 비전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존의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거대하고 원대한 비전입니다. 쿠팡이 처음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시기만 하더라도 쿠팡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쿠팡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찾는 시간, 구입하러 가는 시간과 노력, 더 좋은 물건을 더 싼 가격에 찾아주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이라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the everything store'라는 물건 판매의 개념의 비즈니스를 한다면, 쿠팡은 물건 판매를 뛰어넘어 쿠팡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쿠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윤택한 삶 = 여기에서도 쿠팡의 매출이나 성장, 이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적인 기업들과의 차이점입니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물론 모든 구성원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비전이 있다는 점이, 쿠팡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전에는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 비전의 충분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가슴이 울렁거려야 한다. 신바람이 나야 한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하고 조바심이 나야 하고, 힘이 솟아야 하며, 힘든 과정의 고통을 극복하는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 신사고 이론 20 _ 이면우 지음 _ 삶과 꿈 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