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나무는
어린잎을 틔웠고
태어난 어린잎은
꿈이 있었다
새의 노래를 배우고
달의 언어를 말하며
바람과 여행하기를
낮에는 햇빛을 모으고
밤에는 이슬을 받으며
밤낮으로 일하던 날
어느새 말라버린 어린잎은
땅으로 졌고
그렇게 떨어진 어린잎은
종이나무의 양분이 되어
또 다른 어린잎이 태어났다
그렇게 자라난 종이나무는
거대한 욕망이 되어
수많은 어린잎을 틔웠고
그렇게 틔워지고
잘라진 어린잎들을
새는 울어주었고
달은 위로해 주었으며
바람은 배웅해 주었다
그곳에서 마음껏 꿈꾸기를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새와 달과 바람은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