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은 지하철계단의 난간에 매달린
할머니가 뒷걸음질 치며 내려온다
악착같이 빈자리 사수하던 모습에
이해할 수 없다고 늘 말해왔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아직까지 공감하지 못하다가
저 짧은 계단을 내려가려고
아슬아슬 난간을 붙잡고
뒷걸음질 치며 내려오는 모습에
경험 못한 일에 가졌던 생각들이
남들은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그나마 합의된 답이란 생각이 든다
저 짧은 계단을 내려가려고
뒤로 매달려 내려가는 할머니에
나는 양보할 마음의 여유가 있나
어느새 잃어버린 맘의 여유자리가
그저 서글픈 건 어설픈 착각인가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잃은 건가
나조차도 하지 못한 양보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가식인가
언급하는 것 자체로 문제인가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는
나의 지친 퇴근길을 핑계 삼아
잠시 앉아가는 건 이기적인가
하루가 지쳐버린 공허한 도시에서
잠시 양보할 마음의 여유도 잃은
도시의 밤이 외로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