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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Jul 11. 2024

뒷걸음

그 짧은 지하철계단의 난간 매

할머니가 뒷걸음질 치며 내려


악착같이 빈자리 사수하던 모습에

이해할 수 없다고 늘 말해왔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아직까지 공감하지 못하다가


저 짧은 계단을 내려가려고

아슬아슬 난간을 붙잡고

뒷걸음질 치 내려는 모습


경험 못한 일에 가졌던 생각

남들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그나마 합의된 답란 생각이 든다


저 짧은 계단을 내려가려고

뒤로 매달려 내려가는 할머니

나는 양보할 마음의 여유가


어느새 잃어버린 맘의 여유자리가

그저 서글픈 건 어설픈 착각인가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잃은 건가


나조차도 하지 못 양보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가식인가

언급하는 것 자체로 문제인가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는

나의 지친 퇴근길을 핑계 삼아

잠시 앉아가는 건 이기적인가


하루가 지쳐버린 공허한 도시에

잠시 양보할 마음의 여유도 잃은

도시의 밤이 외로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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